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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바꾸는 말

등록일 2012-11-01 21:17 게재일 2012-11-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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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명 시인

자존감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 조세핀 킴 교수는 어릴 때 부모로 부터 `괜찮아 잘될거야`, `네가 가진 것에 감사하렴`, `너는 내게 정말 소중해` 라는 말을 들으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자존감은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하는데,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높은 자존감을 가졌지만 부모나 주변사람들과 관계하면서부터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이 낮아진 자존감으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가 되거나 자신을 부정하고 죽음에 이르는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조세핀 킴 교수에 의하면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이 그렇지 않는 아이보다 학습능력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다양한 면에서 높은 능력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토록 중요한 자존감을 우리는 왜 몰랐던 것일까. `너 게임 하지 말고 공부 좀 하렴`,`성적이 이렇게 밖에 되지 않은 걸 보니 이제껏 놀았던 결과야`, `너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밖에 못해` 이런 말들을 아이들을 향해 마구 해대었던 자신이 부끄럽다.

하버드 학생들이 어린 시절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을 적어보라고 하자 거의 대부분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조사를 해보니 제일 많이 들은 말은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것이었다. 이래서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듯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향해 말을 잘 해야겠다. 우스개로 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고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코를 찔찔 흘리는 것을 옷소매나 나뭇잎 따위를 대고 `흥흥 ,흥 해라`라고 하는 바람에 그렇다는….

긍정적인 말은 사람을 움직인다. 에모토 마사루는 인간의 생각이 물에 전달되고, 물을 얼려 그 결정의 모양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변화가 있다는 실험 결과를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에 발표해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물에 기도를 하거나 종이에 글자를 적어서 물을 담고 있는 용기에 두르면 특별한 효과가 일어난다고 실험적으로 주장했다. 사람의 몸은 70%가 물이라고 한다. 에모토 마사루에 따르면 주변에서 주어지는 말과 언어에 의해 사람은 계속 변화되는 존재다.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에 의해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존재, 하루에도 몇 천 번 아름다워졌다가 추해졌다가 왔다 갔다 하는 존재 라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나를 건강하게 하고, 즐겁게 하는 말과 글귀를 찾아 나선다. 말과 글이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할 뿐만 아니라 내 몸의 물들을 아름다운 결정체로 바꾸어준다니 삶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훌륭한 비결이다. 좋은 시나 좋은 글귀를 만나면 오래오래 즐거움이 머문다.

내가 요즈음 책상 앞에 붙여놓고 즐거운 마음을 갖는 글귀는 `낯빛이 음울하지 아니하며, 명랑하여 기쁨이 샘솟는 자`이다. 1920년대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나온 교회학교 교사의 자격 중 하나인데, 마음에 깊은 울림이 있어 벌써 6개월 넘게 간직하고 있는 말이다. 또 하나는 `정서에 좋은 과자`이다. 아들과 같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일이다. 아들은 뻥튀기 과자를 골라들었다. 내가`너 생각보다 소박하구나. 뻥튀기를 골라드는 건 좀 의외인데`라고 하자 `아빠 이건 정서에 매우 좋은 과자야`라고 했다. `정서에 좋은 과자`란 말이 갑자기 마음을 환하게 열었다. 뻥튀기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뭔가 새롭게 규정해주는 울림이 있는 문구였다. 그 뒤부터 나도 뻥튀기 과자를 좋아하게 됐다. 입에 한 조각 떼어 바스락거리면서 `음, 정서에 좋은 과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내 마음이 순화되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처럼 긍정적인 말들은 사람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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