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석 남
발이 묶이면
과부의 사랑(舍廊)에서처럼
편안함이
일편 근심이
뒤주 냄새처럼 안겨온다
큰 눈이 오면
눈이 모든 소란을 다 먹으면
설원(雪原)과 고요를 밟고
와서 가지 않는 추억이 있다
한 치씩 나앉은 사물들 모두
제 아버지가 온 듯
즐겁고, 희고
무겁다
온 천지가 하얗게 눈으로 덮인 설원에서 느끼는 시인의 마음은 한 마디로 절대 평화, 평온의 경지가 아닐까. 큰 눈이 내려 온 우주가 고요하게 죽은 것처럼 멈춰져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소복이 쌓인 아름다운 혹은 아픈 추억이 살아 있다. 온 사물이 마치 아버지가 온 듯 즐겁고 희고 무겁게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