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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비용과 일자리

등록일 2012-11-12 20:44 게재일 2012-11-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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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편집국장

무 1개 산지 농민 500원, 소비자는 2천500원. 대뜸 흥분부터 할 일이 아니다. 산지 농민이 500원에 판 무는 산지 수집상이 수확비와 물류비, 이윤까지 800원을 더해 1천300원에 도매상에 넘긴다. 도매상은 창고보관료와 임차료, 물류비용에다 자신의 이윤을 포함한 350원을 붙여 1천650원에 소매상에 넘긴다. 그러면 소매상은 자신이 포장하고 상가 운영비와 판촉비, 자신의 이윤을 더한다. 그 값이 850원이고 그래서 소비자는 2천500원에 무를 산다는 것이다.

커피 1잔을 마시면서 원가 150원도 안 되는 커피(아메리카노)를 3천원씩이나 주고 마신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에 편안하게 엉덩이를 받치고 졸기도 하고 때로는 창 밖의 에스 라인을 구경할 수도 있는 값이 커피 값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자판기에서 빼내 마시는 커피와는 품위가 다르다.

이처럼 커피 한 잔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포함돼 있다. 마찬가지로 무 1개가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오기까지는 수많은 손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일자리 창출의 다른 이름이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종사자 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의 유통에서 보면 그만큼 손에 흙 안 묻히고 거래하는 중간상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유통비용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산업이 활발하다는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처음엔 사과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사과를 판매하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금방 알게 됐다” 어느 초보 귀농인의 수기를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트럭에 싣고 도시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며 판매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더라는 것이다. 유통비용이 터무니없지만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다양하게 분화하는 것 아닌가.

일자리가 화두인 시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도정의 목표를 일자리창출에 두고 맹활약을 펼쳐 외국자본 투자유치 최우수기관상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재선에 성공시킨 것도 일자리였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저마다 일자리 창출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 일자리 창출의 효과로 500원짜리 무가 2천500원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직업은 얼마나 될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2012 한국직업사전에는 우리 나라 직업수를 9천298개라고 밝혔다. 10년 전의 7천980개보다 1천318개가 더 늘어났다. 그만큼 사회가 발전하고 세분화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직업은 일본이 2008년에 1만8천개를 넘어섰고 미국은 2000년에 이미 3만개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때 인기가 있었던 직업들도 시들해지는가 하면 전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증강현실 전문가, 전기자전거 조립원, 탄소배출권 거래 컨설턴트, 애완동물 장의사, 다문화가정 방문교사 등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비디오관련 직종이나 전화교환원, 타이프라이터 등은 이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게 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중고생 6천여명을 대상으로 직업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현실적이고 구체화되고 있더라고 밝혔다. 2위였던 운동선수는 24위로, 9위였던 과학자는 55위로, 21위였던 변호사는 98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37위였던 간호사는 1위가 됐고 70위였던 사회복지사는 13위로, 114위였던 엔지니어는 17위로 올라섰다. 현실을 인식하고 사회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개발원은 분석했다.

올해 수학능력 시험을 치고 내년 대학문을 들어서는 수많은 젊은이들, 또 사회로 나서는 수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 중에서 과연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직업은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 입시 교육뿐 아니라 직업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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