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학생들이 수업 중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면서 포항시 북구 장성동 일대의 범죄예방에 관한 제안서를 가져왔다. 이 일대는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교 재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 건물이 처음 들어설 때인 2000년 즈음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현재의 빽빽하게 들어찬 현대식 3~4층의 원룸건물들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도나도 너무 무분별하게 지어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범죄예방이다.
이 지역은 신생지역이고, 유흥업소가 많지 않은 곳이라서 일견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밤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 어두운 곳이 많고, CCTV도 그리 흔치않은 것 같아 불안함이 있다. 예전에 몇 차례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는 여학생들에 대한 취객들의 희롱사례를 들은 적도 있지만 이곳에서 원룸을 얻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지역 사정에 밝지 않는 타지출신 학생들이고, 여학생의 비율이 높다보니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보아진다.
학생들은 시 관계기관과 동네대표들을 만나거나 주변상가의 후원을 얻어서 어두운 곳 방범등 설치, 후미진 곳 CCTV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었다. 좋은 제안이다. 동네가 밝으면 그리고 여러 곳에 CCTV가 설치될 수 있다면 분명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CCTV의 품질과 뒤따라야할 예산이 문제이기는 하다.
미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오스카 뉴만은 건물과 동네의 물리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미국의 마을이나 공공건물들은 범죄예방을 위해서 그의 이론을 다양하게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거리나 건물내부에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우범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가설에서 나온 것이다. 오스카 뉴만은 건물들의 디자인도 너무 특출해 사각지대를 생산하기 보다는 좀 더 평범한 디자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사소한 물리적인 표식이라도 사람들의 행동을 크게 제한, 내지 조정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조그만 돌맹이의 영역표시가 사람들을 돌아가게 만들고, 레스토랑의 사소한 내부장식이 고객들의 마음을 크게 흡족하게 해줌을 알고 있다.
오스카 뉴만의 또 다른 제안은 커뮤니티의 형성에 관한 것이다. 그는 흩어지고 독립된 주거군 형성 보다는 서로 밀도 높게 형성된 마을 형태를 선호했다. 이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서로 알고 지내고, 서로 협력하며, 자기 마을을 크게 인식함이 커뮤니티 정신이다. 이로 인해 범죄가 크게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나 CCTV 등이 발달함으로써 과거보다는 범죄발생이 많이 방지될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오히려 범죄건수가 증가하고, 좀 더 지능적이고 잔인해져 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분명 조명이나 CCTV도 필요하지만 오스카 뉴만의 주장대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며, 더욱 중요한 요소인 커뮤니티의 형성과 커뮤니티 차원의 범죄예방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학생들의 제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 기회에 주민들도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어두운 곳에 방범등을 설치하고, 주요 지역 및 원룸지역에 좀 더 좋은 성능의 CCTV들을 설치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마을사람이 주체가 되고, 시정부와 의회도 도와서 각 읍면동의`커뮤니티 활성화`내지 `마을가꾸기운동`이 제대로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