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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인문주의 전통 조망·철학 새 지평 열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11-23 21:54 게재일 2012-1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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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리와 방법 1` 문학동네 펴냄, 304쪽 한스게오르크 가다머 지음
`진리와 방법`(문학동네)은 `진리`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저자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는 근대 과학의 객관주의적 방법론으로 포착되지 않는 진리의 경험과 그 정당성을 밝힌다.

가다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와 스피노자, 칸트와 헤겔을 거쳐 슐라이어마허와 딜타이에 이르는 서구 인문주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조망하면서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가다머에게 진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역동적인 인간경험의 역사성에 기초한 이해의 산물이다.

후설과 하이데거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은 훗날 비판이론의 하버마스, 해체론의 데리다와 세기적 논쟁을 촉발한다.

가다머 사후 데리다는 `끝나지 않은 대화`라는 제목의 추도사에서, 가다머와 나눈 우정어린 대화를 통해 비로소 20세기 독일 사상과 철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문학과 미학에서 가다머의 영향사 이론은 야우스의 수용미학과 허쉬의 문학해석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진리와 방법`은 학제간 경계를 넘나들며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지식을 담은 저작이다.

가다머는 자연과학의 객관주의와 그 영향을 받은 인문과학(사회과학)의 실증주의, 그리고 정신과 인식대상의 주객 동일성을 전제하는 관념론에 맞서 `이해의 역사성`을 축으로 정신과학적 진리를 복권시킨다.

가다머가 `진리와 방법 1`(1부)에서 천착하는 것은 예술경험에서의 진리 문제다.

이렇게 예술경험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이 미적 체험의 영역이 근대 과학의 객관주의적 방법론의 영향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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