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종말` 민음인 펴냄 해나 로진 지음, 400쪽<br>통계자료·인터뷰로 분석 美 노동 인구, 여성>남성 <br>`남녀 지형` 완전히 바뀌어
`남자의 인류의 여명기부터 줄곧 지배적인 성별이었던 남성의 몰락과 쇠퇴의 현상을 진단하고 원인을 파악하며, 남녀 간 권력의 이동 및 성 역할의 혁명적인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 질서의 재편을 주장하는 `남자의 종말`(민음인)이 출간됐다.
`애틀랜틱`의 수석에디터이자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해 온 저널리스트 해나 로진이 쓴 이 책은 지난 9월 미국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 `타임`, `가디언` 등 유수의 언론에 소개됐으며, 단숨에 관련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 해나 로진은 이 책을 통해 남성 우위의 시대가 어떻게 저물고 있는지, 그 자리를 여자들이 어떻게 차지해 가고 있는지를 통계 자료 및 인물 인터뷰, 현장 취재 등 다방면에서 취합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통해 철저하게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성 역할의 변화가 결혼 및 자녀 양육 등의 개인 차원의 문제부터 노동,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구도를 재정립하는 데 미치는 영향까지 여러 각도로 성찰한다.
또한 억측이나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은 깊은 통찰력과 폭넓은 호기심으로,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변화가 근본적인 지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09년 미국 전체 노동 인구 중 최초로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섰다. 그 이듬해인 2010년, 한 편의 칼럼이 월간지 `애틀랜틱`에 실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자의 종말`이라는 제법 자극적인 제목으로 실린 이 칼럼은 미국의 대학 입학률, 이혼율 등을 예로 들며 남성 우위 시대의 종언을 냉정히 선언했다.
칼럼을 쓴 해나 로진은 “현대 후기 산업사회는 여성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며 “그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지만, 오랫동안 관습에 얽매여 온 대중들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이제 여자들은 더 이상 남자들의 뒤만 쫓고 있지 않으며, 거의 모든 면에서 남자들을 결정적으로 앞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해나 로진은,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남자의 종말`에서 이러한 주장을 더욱 치밀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가부장적 질서와 남성적 특성들이 가치 우위를 점하던 사회가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여성의 특징과 위상 변화가 대체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짚어 내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남성이 당연하게 누렸던 권력과 여성이 불가피하게 받아야 했던 차별이 고스란히 역전되는 상황까지 언급한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인 8장 `골드 미스 분석` 에서는 한 장 전체를 아시아 사례를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시아 대학생 영어 토론 대회의 참가자인 김예은,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외국계 회사에 취업한 김용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변인 나승연, 한국 여성의 실상을 알리는 파격적인 광고를 통해 주목받은 마케팅 컨설팅 회사 대표 황명은, 한국의 전형적인 골드 미스라 할 수 있는 스테파니 김과 커스틴 리까지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 여성들을 직접 취재하고 그 이야기를 실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