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아주 험하게 하는 후배가 있다. 언젠가 그의 차를 타고 바쁘게 시외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겼을 때다. 횡단보도 신호쯤은 예사로 무시하는 등 법규위반을 하는 것도 못마땅했지만 정작 문제는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에 있었다. 차 안 손잡이를 잡은 손에 땀이 났다. “제가 도로 연수를 택시 기사에게서 했거든요” 내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그가 웃으면서 한 얘기다. 나는 며칠 몸살을 앓았다.
개인적으로 택시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 출근 시간이나 술 마시고 늦은 밤 귀가할 때 등 내가 택시를 필요로 할 때는 남들도 모두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택시를 얻어 타기도 힘들지만 택시 기사의 비위를 맞추기도 피곤했다. 나도 기분이 좋으면 몇 백원 정도의 거스름돈은 “그냥 두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예 백원 단위의 거스름돈을 주지 않으려는 기사를 만나면 쩨쩨하게 시비 할 수도 없어 얄밉기도 했다.
더욱 심한 것은 밤늦게 택시를 탔을 때의 불안감이다. 택시기사들은 택시기사자격증 같은 것을 비치해 놓아야 한다. 그런데 많은 택시 기사들이 자신의 신분증을 무슨 안내문이나 장식물 등으로 교묘하게 가려 놓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수법이 너무 고의적이고 치졸해서 이 기사가 무슨 사건을 저지른 기소중지자는 아닌지 의심이 갈 때도 있다.
며칠 전에는 택시기사가 술 취한 승객들만 골라 태운 뒤 주머니를 뒤지고 지갑을 훔친 뒤 아무곳에나 내팽개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택시기사는 한때 택시기사였고 지금은 택시기사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택시 안에는 훔친 지갑이 수두룩하게 튀어 나왔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여행을 가는 길에 새벽 서울역에 내려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택시를 탔을 때는 아주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했다. 왜 내가 이 택시를 탔는지 후회하기도 했다. 공항까지 무사히 도착시켜 준 기사가 고마웠다. 당시 택시 기사는 “베스트 드라이버는 승객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면서도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자신은 무사고라고 나름 토를 달아 나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서울역의 택시 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요금을 바가지 쉬운다는 뉴스도 있었다.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이었다. 내국인인 나도 왠지 지름길을 두고 돌았다는 의심을 갖기도 한다.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1천만명 시대를 맞은 우리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때마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에서 타 본 택시를 생각한다. 택시비는 엄청 비쌌다. 알고는 탈 수 없는 돈이지만 그 서비스를 생각하면 내가 택시를 탔구나 할 수 있었다. 호텔 입구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본. 정중하게 짐을 받아서 트렁크에 실어주고 목적지를 찾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그 택시는 잠시 고급 리무진 접대를 받았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물론 모든 택시기사가 이렇게 불량하다는 것은 아니다. 택시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택시 기사의 임금이 월 150만원에도 못 미치는 살인적인 저임금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이 돼서 지금 버스가 받는 수혜를 택시업계도 누려보자고 요구한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되면 택시기사들의 대우가 버스기사들처럼 격상될까. 그래서 안전하고 친절한 택시가 될까. 누구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택시 기사에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보장될 수 있을까.
사상 초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발생할 뻔했다. 전국 4만4천여대의 버스가 일시에 운행 중단에 들어가겠다고 시도됐던 것이다. 비록 시도에 그쳤지만. 어쨌든 택시를 대중교통에 편입시키겠다는 법률안을 놓고 버스가 운행 정지를 결정하고 잠시라도 정지한 데는 나도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