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이라거나 `대졸 실업자 100만명 시대`라는 말들은 더 이상 기사가 안된다.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흥분할 일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런 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대학진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뻐해야 할 소식인가, 우울한 소식인가.
변변한 자원이라고는 없는 좁은 국토에서 모름지기 인간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한 것이 오늘날 세계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다. 가뜩이나 출산율 저하로 대학 입학자원의 절대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그 교육열이 식고 있다니 하는 말이다. 이 많은 대학들은 다 어떻게 될 것인가.
2008년 84%대까지 올라갔던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대학진학률이 2009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2010년 75.4%로 70%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엔 72.5%로 떨어졌고 올해는 71.3%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일본의 50%대보다는 훨씬 높고 40% 정도인 핀란드나 스위스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갈려면 아직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그때까지는 망하는 대학도 줄줄이 생길 것이다. 여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75.0%로 남학생을 추월했다. 2013년도 입시에서도 추락세가 이어질지 흥미롭다.
그래도 70%에게는 여전히 가야 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 대학도 아무렇게나 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적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입시설명회마다 수험생 본인보다 어머니들의 지극정성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의 성적만큼이나 어머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지 않는가.
우리는 수능성적만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는 `한 줄 세우기`로는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이나 적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입시제도의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어떻게 10여년 공부해온 실력과 장차의 능력을 하루 시험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라는 불만과 의문을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우리 대학입시가 해마다 그 전형방법을 바꿔왔고 대학마다 다른 전형방법이 등장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너무 헷갈린다고들 난리다. 때문에 입시전문가가 필요해진 것이다. 입시설명회가 필요해진 것은 대학에 들어가는 방법이 워낙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점수를 받아놓고도 손해볼까 해서이다. 또는 내 점수로 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욕심 때문이다. 공부는 시킨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니다. 또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전국적인 명문사학으로 인정받는 경남 거창고교의 김선봉 교장선생님 말씀이다. 김 교장은 말한다. 학부모들은 모두 자기 자식을 공부시키면 다 되는 것으로 알고 또 그렇게 시키려 한다고. 그러나 사실 시킨다고 모두 다 하는 것도 아니고 한다고 모두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공부라고 김 교장은 강조한다.
그런데도 우리 어머니들은 자기 자식을 억지로라도 공부시키려 하고 또 좋은 대학에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이 어떤 대학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설령 자신의 성적이나 능력에 비해 훨씬 수준높은 그룹의 대학에 운좋게 입학한다고 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면 그 패배감과 정신적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며칠전 LG 전자에서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장(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씨.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기계기술자를 꿈꾸며 옛날 금성사 부산공장에 입사한 뒤 36년동안 세탁기 한 우물만 팠다. 많은 고졸 동료 사원들이 대학에 진학했지만 그는 대학 대신 세탁기에 승부를 걸었고 성공을 일궜다. 대기업 사장이 되는 데 대학 간판은 필요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대학에 대한 기대나 현실도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