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박근헤 대통령 당선자께 진심을 담아 축하를 드린다. 학교 교실에서 반장을 뽑을 때도 드라마가 있는데, 하물며 대선에서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 모든 어려움을 겪고 앞으로 5년 동안 새로 나라를 이끌어 가시게 되었다. 이제 며칠 동안은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며 안정을 취하셔도 될 것이다.
그런데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를 드리며 함께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 곳에 기대와 당부의 말씀을 드릴 것을 벌써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벌써 여러 차례 국민의 손으로 직접 큰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을 거쳐 왔다. 그때마다 그 분이 당선되실 때는 큰 기대를 품고도 퇴임하실 때는 참담한 실망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겪어온 5년의 소감도 똑같이 그렇다. 새 대통령 당선자는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먼저 박 대통령 당선자께 지금 우리 국민들이 겪고 있는 마음의 깊은 단절을 치유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지금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 많이 가진 이와 덜 가진 이,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필자가 보기에 이것은 우리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이 배를 함께 헤쳐 몰고가야 할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인 것만이 아니라 `남`이기도 하고, 남이 곧 나일 수 있도 있다는, 사랑, 자비, 동정의 마음이 졸아들고 나 먼저 살아야겠다는 좁은 마음이 풍선처럼 커졌었다. 그러니 어떻게 나라에 평화와 안정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정파와 자신을 지지해 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정파와 국민이 모두 똑같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대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열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필자는 박 대통령 당선자께 우리 사회를 더 자유롭고도 공정하게 만들어 가 달라고 당부 드리고 싶다. 지난 10년, 특히 5년 동안 필자가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만 보아야 했던 일들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한다.
사회의 요직들을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이의 약점을 잡아 쫓아내 버리고 점령군처럼 차지하던 일. 민심이 대운하 사업에 반대하자 대운하가 아니라 4대강 정비라며 나라 예산을 물 쓰듯 토건사업에 쏟아 넣던 일. 777이라는 공약은 어디로 가고 세계 경제가 좋지 않다는 핑계만 대며 사회의 특정 지역, 특정 계층, 특정 인맥과 학맥에만 기회를 제공하던 일. 나랏일에는 늘 반대하는 이가 있게 마련이건만 들리는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다고 해서 온갖 사법적 수단을 활용해서 언로를 막아온 일. 나라를 위해, 국익을 위해 일해야 할 지도자가 나랏돈을 움직여 자신의 이익을 도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
왜 잘 한 일은 기억에 남지 않고 나쁜 일만 마음을 괴롭히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필자가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한 통치는 그런 것이었다.
가난 구제는 임금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제를 살리고 복지를 늘리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일을 단번에 잘해 달라고 하면 그것처럼 부담스러운 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모습만큼은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크나큰 국민의 마음은 하루아침에 움직이지 않지만, 일단 움직였다 하면 어떤 잔재주로도 막을 수 없는 괴력을 발휘한다. 민심은 가혹한 정치보다 더 크고 무서운 호랑이다. 민심이라는 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시게 된 귀한 분이 정녕 우리 국민들 `모두를` 위해 주실 것을 다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