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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길들여진 40대 중년의 삶 노래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12-21 00:10 게재일 2012-12-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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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의 넓이`  창비 펴냄  김주대 지음, 144쪽
1989년 `민중시`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주대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그리움의 넓이`(창비)가 출간됐다.

80년대 민중민족문학 진영의 촉망받는 젊은 시인이던 그는 첫 시집 `도화동 사십계단`을 발표한 뒤로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2007년 `꽃이 너를 지운다`를 펴내며 시작활동을 재개했다. 네번째 시집 `나쁜, 사랑을 하다`(2009)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현실에 길들여진 채 살아가는 사십대 중년의 소시민적 삶을 담백한 어조로 노래한다. 평범한 일상 언어로 삶의 사소한 기척들을 포착해내는 자전적 시편들이 가슴 저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우주는 지구를 저질러놓고/용암 같은 점액질의 시간을 흘려보냈다/육신을 만난 시간이 뼛속에 나이테를 새겨/뜨겁고 촘촘히 과거를 감아놓았다/나는 사건이다/깊은 숲 속 시간의 무거운 흐름 위로/어느날 튀어오른 물고기처럼/세상에 왔다/(…)/생은 시간을 역류하여 솟아오른 사건이다/아들이 나의 해결할 수 없는 벅찬 사건이듯이/모든 생은 스스로를 수습한다”(`시간의 사건`부분)

현실의 구체적인 풍경 속에서 삶의 진정성과 아름다운 가치를 찾아내는 김주대 시의 밑바탕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깔려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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