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 건
뒤뜰 대숲 지나온 바람 깃 잡고
가마 아궁이로 숨는다
옹기막골 아궁이 붉은 혓바닥
뒷걸음으로 다가온 뉘우침처럼
빗장뼈 사이를 날름대며 드나들고
도공은 제 맘 하나로 기와를 구울까
속 내 감춘 불이 구울까
토판에서 일그러진 흙가래들이
제각기 문양을 두르고 몸을 차린다
보이지 않는 것들, 잃어버린 것들
눈 감고 모여 앉아 뜨거워 오는
저 하늘대는 혓바닥에 젖는다
동틀 녘 수막새 울음소리에
졸던 대숲바람 새털처럼 일어선다
도공이 정성껏 빚은 옹기를 가마에 넣고 불질을 하는 풍경이 선명하다. 천 도가 넘는 뜨거운 불길 속에서 연단되어 나온 옹기는 더 이상 토판에서 일그러진 흙가래들이 아니다. 제각기 문양을 두르고 몸을 차린, 도공의 영과 혼이 표출된 새로운 한 세상을 열어젖히며 태어나는 것이다. 그 엄숙하고 경이로운 순간 졸던 대숲바람도 새털처럼 일어선다고 표현한 시인의 시안이 참 밝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