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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이 자란 세대 살아가는 방법 그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1-11 00:12 게재일 2013-0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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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킹의 후예`  이영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440쪽<br>문학동네소설상 수상
▲ 작가 이영훈

매번 한국 장편소설의 신선한 돌풍을 예감케 한 문학동네소설상.

열여덟번째를 맞이한 올해 또 한 명의 재능 있고 개성 충만한 신예작가를 내보낸다. 수상자는 바로 이영훈이다. 그는 이미 2008년 계간 `문학동네`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로 제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던 기대주였다. 그런 그가 강렬한 여운과 신선한 박력을 선보인 장편소설 `체인지킹의 후예`(문학동네)로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수상작 이영훈의 `체인지킹의 후예`는 아버지 없이 자란 세대가 살아갈 방법을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굼뜨게 하나씩 배워나가며 저마다의 상처를 극복하는 성장기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울릴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엮어내는 구성력과 `특촬물`이라는 생소한 제재를 통해 현 젊은 세대의 `지금-여기`의 풍경을 강렬한 여운과 정감 어린 이영훈만의 필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소설은 보험회사 직원인 `나`가 암 투병중인 연상의 여인을 만나 그녀의 아들 `샘`과의 대안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갑작스레 시작된 연애와 결혼, 느닷없이 가장이 되고 덜컥 아버지가 돼버린 주인공 `나`에게 의붓아들 `샘`과 가족이 되는 일은 낯설고 이질적인 사건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자폐 증상을 보이는 `샘`과의 소통되지 못함은 지금껏 `나`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 중 하나.

자신에게 말을 하지도, 묻는 말에 대답하지도 않는 의붓아들 `샘`에게 다가갈 방법을 스스로 깨우쳐야만 하는 `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그 누구도 이 문제를 뚫고 나갈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데에 있다. 아니 좀더 살펴보면 `나`에게 있어 한 번도 배워보지 못한, 겪어보지 못한 `아버지 되기`가 실은 더 큰 문제다.

물론 이러한 것은 아버지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나, 큰 틀에서 보자면 삶에서 아버지가 아닌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의해 영향을 받아 성장해온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

예컨대, 우리 젊은 세대는 기존의 가족 개념이 바뀐 채 가족구성원의 역할이 모호해진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가족은 다분히 분열됐고 미세하게 균열돼 있다. 가족 내에서의 일방향적 소통 방식이 기성세대에서의 양태였다면, 현 시점에서의 젊은 세대가 요구하는 가족 내에서의 소통 방식은 다원적이고 개인윤리에 타당한 방법을 간구한다는 것.

소설은 바로 그러한 지점을 포착해 `샘`과 `나`가 소통을 겪어내는 접점에서 이야기를 확산하고 펼쳐간다.

그런데 무게중심의 추가 `대안가족`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젊은 세대의 유사`아버지 되기`의 무기력한 풍경을 묘파해내는 것으로 서사가 기울어지려는 찰나, 소설은 돌연 몸을 바꾸는데…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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