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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히 그려낸 엄마와 딸의 미묘한 관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1-18 06:40 게재일 2013-01-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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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신달자 지음  민음사 펴냄
▲ 신달자 시인

신달자 시인은 결혼 9년 만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수발하며, 시어머니와 어머니의 죽음, 본인의 암 투병 속에서도 세 딸을 홀로 키우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고통을 이겨 냈다.

신 시인은 최근 펴낸 에세이 `엄마와 딸`(민음사)에서 화려한 삶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고통의 나날들을 견디며 절망의 늪에서도 희망을 건져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엄마`와 `딸`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엄마와 딸`. 세상 모든 엄마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세상 모든 딸들은 언젠가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엄마와 딸, 엄마이자 딸, 결국 세상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다.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야!” “딱 너 같은 딸 하나만 낳아 봐라!” 살면서 한번쯤 이런 말을 주고받지 않는 엄마와 딸이 있을까. 서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기실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관계, 엄마와 딸. 부모 자식 관계를 넘어, 같은 여자로서 모녀는 갈등과 동질감을 거듭하는 미묘한 관계다.

신 시인은 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엄마와 딸 사이는 간단한 관계가 아니다. 미워하고 사랑하고, 창피해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아픈 곳을 할퀴고 무자비하게 상처를 주고, 다시 그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빌고 미안해하고, 울고불고 통곡도 마다않는다. 눈물이야말로 엄마와 딸 사이에 핏빛으로 흐르는 강물이다. 격렬하게 분노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그리고 격렬하게 몸을 다 바쳐 사랑한다.

슬픔의 뼈까지 눈물의 뼈까지 고통의 뼈까지, 천둥도 벼락도 폭풍도 폭우도 다 가슴으로 삭여 내면서 침묵하는 이 세상의 엄마들…. 바로 딸의 행복을 온몸으로 빌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딸이며, 그 딸은 다시 엄마가 된다.

신 시인은 기쁨이면서 슬픔이고, 아픔인 동시에 희망인 엄마와 딸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섬세하고 감동적으로, 유쾌하고 진솔하게 그려 낸다.

그녀의 글이 여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낼 만큼 솔직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여자로서는 조금 똑똑한 척, 잘난 척도 하지만, 엄마로서는 도무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기만 하다며, 엄마로서의 부족함을 반성한다.

또한 자신의 교육법과 사랑법이 오류투성이었음을 고백하며, 엄마의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깊은 울림이 필요하다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엄마와 딸이 서로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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