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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지 않은 과거, 그리고 현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1-22 00:25 게재일 2013-01-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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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아트스타` 윤동희展대구 봉산문화회관 27일까지
▲ 윤동희作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기획전 `2012 유리상자-아트스타` 일곱번째 전시인 윤동희전이 오는 27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회화를 전공한 윤동희(30)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 `망령(亡靈)`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회는 우리 사회의 치유되지 않은 `과거`와 그 `연결성`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인식되는 사회현상을 주목한다.

윤 작가는 지우는 것에 관한 기억과 다시 되살아나는 행위를 은유해 현재 자신의 시공간 속에서 반복 재생하는 역사인식을 시각화 한다. 작가는 사방이 유리로 구성된 전시 공간 바닥에 대형 나무패널(285×405㎝)을 세우고, 그 전면에 작은 목탄화(15×15㎝) 516장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여 큰 초상화를 제작했다.

목탄으로 얼굴을 그렸다가 다시 지운 상태의 작은 초상화들은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난 망령들이다. 이들 망령의 초상이 이미지의 픽셀처럼 음영 단계로 작용한 전체 초상화는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다. 즉, 작가가 제시하는 `망령`으로서 한국 근대화 시기인 유신시대의 상징이다.

연계된 설정 하나는 패널을 세우고 있는 지지대인데, 임시방편으로 급하게 세운 것을 공고하듯 전면의 거대한 초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가 부실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또 다른 설정으로 초상화 패널 아래 바닥에는 7대의 브라운관 모니터를 통해 영상을 선보인다. 픽셀 같은 작은 목탄화,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는 초상화를 작가의 손으로 다시 살리는 행위를 담은 영상이다. 뭉개졌던 회색 톤의 얼굴이 또렷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이 행위가 계속 반복되면서 거대한 망령의 힘에 의해 사라지거나 가려지고 그 영향으로 보류됐던 독립된 개인의 사실들 혹은 현재에 이르도록 근대화에 희생했던 이름 없고 주목받지 못한 자들의 면모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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