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2087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까지 동의한 이번 제재안에 대해 북한 중앙 방송은 `질적으로 수준 높은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더욱이 `미국에 대항한 3차 핵실험`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추진되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그들은 `조선 반도의 비핵화 회담은 끝났다`고 주장해 6자 회담도 사실상 `사멸(死滅)`됐음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북한의 초강경 정책은 그들이 자주 쓰는 `벼랑 끝 전술`이다. 북한은 외교적 위기를 맞을 때 마다 화해보다는 강경책으로 상대를 압박해 벼랑 끝까지 가서 외교적 실익을 얻으려는 책략을 구사한다. 이번에도 북한은 핵 주권 행사라는 명분으로 핵실험 강행 의지를 선언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북한은 이토록 협상 상대를 불안케 한 후 기회가 되면 `물밑 외교`를 거쳐 협상의 테이블에 나와 실익을 챙긴다. 이러한 교활한 외교 전술은 북한이 통상 해오던 전술이며, 몇 차례 성과를 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과연 이번에도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이 성공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의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반도의 이해 당사국들은 이미 북한의 이러한 상투적인 외교 전술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까지도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강행하면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표명했겠나. 미국이나 우리 정부도 이러한 북한의 강경책에 굴복해 협상에 임할 리도 없으며, 북한의 이러한 술책에 말려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대북 경제적 외교적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하는 북한의 선전포고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견되지만 정의의 도덕율이 뒷받침 되지 못한 북한이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당국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3차 핵실험을 선언한 배경은 내부 결속용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김정은 세습체제는 내부적 식량 위기를 해결치 못할 뿐 아니라 인권 탄압문제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은 소외된 당 간부뿐 아니라 하층민까지 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핵실험이라는 위험한 외교 카드는 더욱 성공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 이후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변화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집권 초기의 `민생이나 인민 경제`우선에 대한 꿈은 이번 핵실험 선언으로 완전히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김정은은 위험스러운 개혁·개방이라는 긴급 수술 대신 김정일이 설계한 군사 강국을 통한 체제 안전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북한 당국은 `핵 보유국가`를 만든 김정일의 업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으며, 앞으로도 군사 강국 건설이라는 김정일의 유훈 통치는 계속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핵실험 강행과 같은 벼랑 끝 전술로는 내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하루 빨리 핵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식량문제부터 해결해 정상적인 국가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북한 당국의 과감한 개혁이 없이는 굶주리는 탈북자의 행렬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의 대화를 재개하고 박 당선자가 주장하는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서도 북의 핵실험은 즉각 중지돼야 한다. 우리는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 당국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