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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세계병자의 날`에

등록일 2013-02-15 00:01 게재일 2013-02-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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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옥 포항성모병원장

지난 11일은 제21차 `세계병자의 날`이었다. 이 날의 기원은 1992년 5월13일 전 교황인 요한 바오로2세가 1852년 프랑스 루르드에서 성모님이 발현해 가난한 어린 소녀인 베르나데트 수비르에게 나타나 치유의 샘물을 알려준 것을 기념해 `세계병자의 날`로 정한 데서 비롯됐다. 이 날은 단순히 병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황의 뜻에 따라 병자들의 몸 치유와 마음의 평화를 기원하며 그들을 돌보는 의료인들과 봉사자들이 보람과 사명으로 병자들에게 헌신하도록 격려하고, 가톨릭계 병원과 사회복지기관들이 서로 협력하여 더 나은 의료와 치유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2006년도 루르드를 방문하여 일주일가량 머물면서 그때 느낀 점을 함께 나누고자한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부 스웨덴 국경과 가까운 산골도시이다. 파리에서 고속철도인 테제베로 5시간 정도 가야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세계에 많은 수도회가 자리 잡고 있지만 유일하게 예수성심시녀회인 우리 수녀원 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성모님이 발현한 동굴인 마싸비에뉴와 가까운 곳인데, 동굴 앞에는 가뷰라는 물살이 아주 센 강이 흐르고 있어 한밤중에 아주 조용할 때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밤에 도착해서 잘 보지못했다가 아침에 깜짝 놀라는 것은 여러 개의 성당과 호텔처럼 큰 건물의 병원이 여러 개 있고, 더 놀라운 것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물결을 이루며, 환자들을 휠체어나 카트 등을 이끌고 각종 기도모임에 참석하는 광경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질서정연했고, 미사를 알리는 종소리와 정오에는 삼종기도, 저녁이면 성체거동을 알리는 아름다운 성가소리, 그리고 늘 강하게 여린 센 강물소리였다. 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 아름다운 장면은 늘 감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자원봉사자들은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톨릭신자들 뿐 아니라 많은 다른 교파 비신자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많은 성당과 경당의 벽에는 치유받는 이들의 이름과 암 환자들, 그리고 감사하는 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기록돼 있고, 그 벽에 치유를 받은 이들에게 더 이상 필요없는 목발과 의료기구들이 걸려 있었다. 병원에 관심이 많은 나는 병원내부를 구경했는데, 여느 종합병원과 똑같은 병원이었고,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학생들과 가족들이 있었다.

이곳에서 강하게 느낀 것은 바로 전인적 치유이다. 모든 병자들은 육신의 치유를 통해 영혼과 육신을 지닌 온전한 인간으로 치유돼야 한다. 예수님이 육체의 질병치유를 넘어서 한 인간의 전존재를 치유한 것처럼 말이다. 병원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늘 빠지는 고민이지만 인간은 질병으로서가 아니라 전인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병자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도와야 하는 분들이다. 병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팀들이 함께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분야가 다 함께 병자에게 헌신하고 협력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곳 루르드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평화가 있었는데, 그들은 봉사하면서 우울증이 없어지고, 자살하고 싶은 마음들이 치유되어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가족이 화해하는 기적이 매일 일어난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타인을 가르치는 자가 더 많이 공부하고, 가장 많이 배우게 되고, 도움을 주는 자가 더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다.

보건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세계병자의 날`에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다루는 소중한 업무, 즉 생명의 봉사자로서의 소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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