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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문제

등록일 2013-02-20 00:08 게재일 2013-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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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대 교수

요즈음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위 아래층 거주자들의 싸움이 방화와 살인에 이르는 극한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물론 전 도시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많은 아파트 거주자 중 극히 일부분에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보이지만 이러한 기사를 보고 읽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필자는 1970년대 초중반부터 아파트에 살았고, `우리나라의 여건상 고층 집합주택 건설이 필수적이며, 이로 말미암은 혼잡, 소음, 프라이버시 문제의 해결은 건축가와 도시계획가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중 하나이기에 층간소음의 문제점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인터넷상으로도 많은 이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을 털어 놓고 있으며, 국가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필자가 처음 살았던 아파트는 지금은 없어진 `마포아파트`였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층간소음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본적이 없다. 6층짜리 중층아파트였기에 소음이 적었는지, 아직 우리나라가 잘살기 전이었기에 사소한 소음에 대범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18년전 포항으로 이사 와서 중심가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 꽤 오래 살았을 때도 가끔 위층 소음이 들리기는 했지만, 어린 애들을 키우면서도 위 아래층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후 교외의 한 아파트로 이사가서 한동안 혼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주로 저녁 이후에만 집에 머물렀다고는 하지만 윗층 소음이 그리 신경을 거슬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휴일 낮 시간에 위층에서 어린 아이들이 걷고 뛰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소음에 취약한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층 사는 분들이 평소에 소음을 줄이고자 매우 조심했었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만일 위층에서 밤낮으로 쿵쿵대고 발자국 소리를 냈다면 필자도 매우 불편한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기관에서도 주거생활소음 기준 신설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매우 적절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제산업의 급성장 가운데, 미쳐 챙기지 못한 우리네 삶의 모습 내지 사회발전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첫째, `물량 위주의 건설 관행`으로 인한 품질저하와 함께 층간소음 방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 배려하고, 참고, 양보하는 미덕이 사라져버린 우리네 삶의 삭막함과 `동네의식` 부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셋째, 이러한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서투르다. 관리사무실에 알리고, 경찰에 알리는 등 적법절차보다도 욱하는 성질 그대로, 쫓아가 다투는 우리네 행태도 문제다.

필자가 장기간 거주하던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밤 9시나 10시 넘어 음악소리 등 소음을 참을 수 없게 되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한다. 아파트나 콘도에 사는 경우, 내규가 엄격해서 밤 9시나 이후 소음은 커녕, 친구를 초대하는 것도 제한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 걸음걸이나 전자렌지 소음 정도가 아래층 사람들에게 큰 소음피해로 바뀐다는 것은 분명 시공상 문제가 크다. 이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멀쩡하게 지은 일부 고층아파트들까지 그러하니 더욱 문제다.

주거생활 소음기준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이미 제안되고 있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나 다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서로의 배려와 양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동네의식`에 바탕을 둔 삶의 태도에서 도출 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시민 스스로 소음방지를 포함한 공동체 내규제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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