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대학의 학생회가 교직원들로부터 상태는 양호하나 본인들에게는 별 필요없는 물건들을 기증받아 벼룩시장을 개설한 적이 있다. 한시적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매년 두 차례의 축제기간 중에는 학생들이 그룹지어 갖가지 음식과 물품들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사회단체 등의 주최로 가끔씩 `아나바다시장`이 열리지만 자주도 아니고 규모도 크지 않다. 이러한 형태의 벼룩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매우 흔하게 발견되며, 값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상징적 축제의 형태를 띠기도 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이 벼룩시장도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각자 집에서 여는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 있다. 이사갈 때 가지고 가기 곤란한 물건이 있거나 못 쓰는 물건들을 정리하고자 할 때 이를 통해 값싸게 처분하는 것이다. 필자도 주말이면 이러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세간살이나 진기한 물건들을 값싸게 구입했던 적도 있고, 직접 세일을 해 그동안 모아왔던 잡지며 물품들을 처분한 적도 있다.
둘째, 주말을 통해서 주민들이 마을공터에 자기 집의 않쓰는 물건이나 직접 만든 물품들,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들을 소규모로 파는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이 있다. 주말에만 열리고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필자도 미국 아이오아주의 한 소도시에 거주할 때는 이곳에 가서 중국배추로 불리는 김치용 배추를 사고는 했다.
셋째, 대도시 인근에 큰 규모로 열리는 `벼룩시장(Flea Market)` 혹은 `스왑밋(Swapmeet)`이 있다. 주말에 열리기도 하고 매일 열리기도 하는데, 소규모 상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제법 큰 규모의 상인들도 있다. 그중에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있어 주말장사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은 그 도시의 특징으로 불릴 만큼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그곳에서 골동품, 생활용품, 옷, 운동화, 오래된 음반, 지역음식 등을 팔기도하고 구입도 한다.
그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장들이 많을 것이며, 품질이 좋으냐 나쁘냐, 세금을 내느냐 내지 않느냐 등의 논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벼룩시장의 성장이 지역상인들의 반발을 불러 올수도 있고, 비공식 시장경제(Informal Market)의 일종으로서 행정당국의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벼룩시장이 가난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니면 가난한 제3세계의 국가이든 틀린 말이 아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수의 교포들이 이러한 스왑밋에서 시작해 대형 사업자로 성장했다. 필자의 몇몇 친구들도 유학시절, 주말에 스왑밋에서 썬글래스 등을 팔아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며 학업을 마치기도 했다.
위축된 경제 탓으로 필자가 거주하는 신도시에도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어려운 때, 지자체가 스폰서해 아예 대규모의 벼룩시장을 교통이 편리한 넓은 공터, 예를 들어 신항만 배후단지 빈터 등에 정기적으로 열어 지역축제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입장료도 500원씩 받고, 밴드도 동원하고, 갖가지 지역 특산물, 골동품, 수공예, 생활용품 등을 흥정하며 값싸게 사고 팔수 있는 곳…. 도심이나 각 마을의 빈 건물 등에 중소 규모의 벼룩시장들을 주말이나 상설로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규모로 자기 물건을 가지고가 교환 내지 사고 팔수 있는 곳이거나, 사회단체나 소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좀 더 체계를 갖추어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