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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함빡 웃어 보세요”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3-29 00:16 게재일 2013-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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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212쪽
“그 밤에 문득 나는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일렁거렸다.”

`문득`이라 말했지만, 이 이야기들은 작가의 마음 한구석에서 꽃피울 날을 기다렸던 것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글,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달이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야기`를 엮은 짧은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는 작가 신경숙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경쾌하고 명랑한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패러독스나 농담이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은 나에게도 날이 갈수록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명랑함 없이 무엇에 의지해 끊어질 듯 팽팽하게 긴장된 삶의 순간순간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작가의 말`에서

낮의 긴장을 풀고 밤의 고요 속에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면, 그 안엔 일상의 순간순간이 전하는 소소한 기쁨과 슬픔들, 크고 작은 환희와 절망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있다.

가만 들여다보면 그것은 곧 나와 당신의 이야기, 내 친구와 가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내는 작가 특유의 감수성에 은근슬쩍 숨겨놓은 유머의 뇌관들로 인해 슬몃 입꼬리가 올라가다 저도 모르게 하하 소리 내어 웃게 된다. 아직 그리 깊지는 않은 밤, 문득 올려다본 서쪽 밤하늘 한켠에 새침하게 초승달이 떠 있다. 그럴 때면 문득, 누군가에게 안부인사를 전하고 싶어진다. `달 좀 봐.` 작가 역시 꼭 그랬나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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