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연극단 정기공연 3~14일 중앙아트홀서… 삶의 본질 꿰뚫는 감동 선사
연극 연출가 이윤택(61)이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세자매`를 들고 포항 관객을 찾는다.
포항시립연극단 제162회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세자매`는 러시아 근대 리얼리즘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문화게릴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윤택 특유의 거침없는 대사와 유려한 무대장치 등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셰익스피어와 함께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꼽히는 안톤 체호프(1860~1904)는 `갈매기`, `세자매`, `벚꽃동산` 등의 희곡으로 현대 사실주의 연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극작가이면서 프랑스의 모파상, 미국의 오 헨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위대한 소설가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에 사는 아름다운 세 자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둘러싼 꿈과 이상, 사랑과 배신, 그리고 좌절을 그려 이런 과정을 통해 좌절이 오히려 새 삶을 살아가는 생명력임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이 작품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공연장에서 많이 공연되는 안톤 체호프의 단골 레퍼토리다. 이윤택은 이미 지난 2008년 서울에서 이 작품을 연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이윤택은 체호프의 언어를 새로운 각도에서 비틀고 변주해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또 삶의 본질을 꿰뚫는 감동까지 담아냈다.
지난 2008년 이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블랙코미디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체호프는 `세 자매`를 희극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무대 에서는 종종 비극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다. 원작에 얽매이지 않는 연출가의 개성을 잘 표출하기로 유명한 이윤택의 `세 자매`에 대한 해석이 희극으로 해석할지 비극적인 언어로 해석해 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윤택은 연출가 극작가로 대성공을 거둔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2009년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았고, 2008년에는 같은 작품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화성에서 꿈꾸다`로 더 뮤지컬 어워드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수많은 작품·연출상을 휩쓸었다. 또한 이 감독이 극작, 연출, 연기훈련, 무대구성 전 과정을 주도하며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했다. 이 감독은 말과 몸의 곡예적 운용, 무대공간의 기하학적 배분 등 논란이 될 만큼 독특한 훈련 방법으로 유명하다.
쁘로조로프가문의 세자매인 올가, 마샤,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 자란 교양 있는 여성들이다. 아버지의 이직으로 지방소도시로 이사온 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모스크바를 동경한다. 맏딸인 올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본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마샤는 결혼하고 남편이 있지만, 모스크바에서 온 군인인 베르쉬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막내 이리나는 모스크바에 가고 싶은 마음에 사랑하지도 않는 뚜젠바흐와 약혼을 하지만, 이리나를 남몰래 사랑하는 솔료느이가 뚜젠바흐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세 자매의 형제인 안드레이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속물스러운 부인 나타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을에 주둔한 군대가 떠나고 세 자매는 사랑과 꿈을 잃지만 다시 삶에 의지를 되새기며 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 `세 자매`는 3일부터 14일까지 포항시립중앙아트홀 공연장에서 모두 10회 공연한다.
수~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 중학생 이상 관람가. 입장료 학생 5천원, 일반 1만원. 문의 (054)270-5483.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