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기 A는 학교 다닐 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다정다감하고 의리가 있었던 좋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회사 사장이 되어 명함을 내밀었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를 착실한 경영자 수업 끝에 물려받은 것이었다. 또 하나의 동기 B는 역시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농뗑이였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가 보따리장사를 시작해서 모은 자본금으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빵가게를 내었다. 그게 크게 성공해서 시내의 가장 좋은 길목에서 성업 중이다.
A나 B는 모두 다 공부와는 무관하게 자기의 꿈을 따라 열정을 가졌던 친구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성공기준이 사장이 되고,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는 그런 것 만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꿈과 행복을 이루는 것이 성공으로 말하여지는 것이 아닐까.
또 C는 고교시절 전교에서 1등한 수재였다. 당연 S대 법대에 진학했고, 마흔 네 살까지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젊음을 보내버렸다. 아깝게도 늘 합격의 문 코앞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나중에는 오기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늦게나마 낙향해서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에는 학력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주입식교육에 대한 비판의 말로 사용했을텐데. 지금은 그 말의 뉘앙스가 약간 달라진 듯 하다. S대 출신 실업자와 수많은 박사들이 실업자로 떠도는 세상에서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좋았다고 앞으로 성공할거라는 보장은 없다. 학력이 고졸만으로도 꿈을 갖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들이 플랭카드처럼 붙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 주문한 결과 반짝 고졸자들의 취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력차별이 여전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사회 분위기가 변하여서 핀란드나 호주처럼 중고교에서 진로희망이 정해지면 성적과 관계없이 꿈을 향해 준비하고, 희망하는 직업을 가지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가 된지 오래되었다.
`꿈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공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어떤 학생은 이렇게 묻는다.`선생님 꿈이 있는데 성적이 그것을 이룰 정도가 아니라면요 어떡해요`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꿈 = 장래희망 +실현할 구체적 계획 +열정`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이미 앞서간 사회들은 성적과 무관하게 아이들의 꿈을 보장해주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학력, 성적 위주의 서열화로 해마다 몸살을 겪고 있다. 대학입시와 취업의 현실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꿈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라는 말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자녀에게는 `공부해라. 그래야 성공하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내가 자주 말해 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꿈이 없는데 성적만 좋으면 그놈은 나쁜 놈이 된단다. 의사, 판검사가 될 꿈도 없었는데 성적을 따라 `사`자를 달고 나니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공공의 적인`사`자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나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나 `꿈`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인 듯 하다.
앞의 이야기의 A나 B는 비록 성적과 학력은 낮지만 꿈을 가지고 자신의 적성과 조건에 주목해서 자아실현을 이룬 경우이다. C의 경우처럼 성적이 매우 좋았지만 모든 사람의 기대처럼 좋은 직업을 가지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똑똑하게 생긴 한 녀석이 “에이 그건 매우 희귀한 경우죠. 우리에겐 적용되기 힘든 경우에요”라고 말한다.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꿈과 성공의 관계는 많은 성공학 강사들이 약방의 감초같이 사용하는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