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의 여인(The Iron Lady)`을 보았는가? 영국에서 11년 동안 총리로 있었던 마거릿 대처의 일생을 다룬 2011년 영국 영화이다. 대처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의 탁월한 연기가 호평을 받으며 그녀는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철의 여인`이란 말은 여성 국가 원수에게 종종 붙이는 별명이다. `강한 의지를 가진 여인`이라는 뜻인데, 국제 정치사에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가졌던 정치인은 인도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 이스라엘 총리였던 골다 메이어, 현재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 등이 있지만, 군계일학(群鷄一鶴)은 단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다.
지난 9일 영국 언론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런던 시내 리츠 칼튼 호텔방 침대에 앉아 책을 읽다가 4월8일 오전 11시38분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87세를 일기로 타계한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마지막 순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은 4월17일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에서 거행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은 국장에 준하는 공식적 장례의식으로 치러진다”고 밝혔다.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장례식도 대처 전 총리와 같은 공식적 장례의식에 따라 치러진 바 있다.
대처가 펼친 정책인 `대처리즘`은 (1)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의 삭감과 세금인하 (2)국영기업의 민영화 (3)노동조합의 활동규제 (4)철저한 통화정책에 입각한 인플레이션 억제 (5)기업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등을 통한 금융시장의 활성화 (6)작은 정부의 실현 (7)산학협동(産學協同)중심의 교육정책 (8)유럽통합 반대 등을 말한다. 대처는 `영국병`에 걸린 영국을 구하기 위해 시장주의 경제를 도입했고, 장기간 이어진 석탄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고, 주요 국영 기업을 민영화했으며, 사회 복지 혜택을 감축했다. 외교적으로는 영국의 유럽 공동체 가입에 적극 반대하고,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 대처는 정치적으로는 철저한 반공주의를 추구했다. 그래서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도 당시 공산국가이자 적대국 소련이 붙인 것이다.
`철의 여인` 대처도 레이건 대통령 못지않은 능수능란한 위트 어록 제조기였다. 총리가 된 직후에 사람들이 여자가 총리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비아냥거리자 “한 가정의 대소사를 다뤄본 여자라면 한 나라를 운영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받아쳤고, 의회에서 남자 국회의원들이 자기를 여자라고 얕보기라도 하면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는 건 수탉이지만 실제 알을 낳는 건 암컷이다”라고 응대했고, “남자는 입으로 일을 하지만 여자는 행동으로 보여준다”와 같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남성 정치인들의 콧대를 꺾었다.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를 비교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몇 년 전 선거운동 중 괴한에게 당한 면도칼 사건 때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자 마자, 집도 의사에게 “당신이 내 속살을 본 최초의 남자”라는 농담을 던졌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리더가 위기 상황에서도 유머를 통해 주변 사람들은 물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정치력이 아닐 수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인 멘지스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싸움은 웃을 줄 모르는 사람들과 웃을 줄 아는 사람들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가릿 대처와 같은 철의 여인이란 이미지와 더불어 위트 넘치는 유머를 동시에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판`철의 여인` 박 대통령의 고급스런 위트가 나날이 힘들어 하는 우리 국민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 주길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