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곡우를 맞이하는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희망과 설레임으로 가득차야 할 4월의 푸른 들녁에서 농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온갖 생명의 소산들이 만개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 농업·농촌은 이직도 깊은 동면(冬眠)에 빠져있다.
전국 제1의 농도인 경북도 농정의 실무 책임자가 아닌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요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중국 4대 기서중 하나인 수호전에 나오는 이 말은 `화(禍)가 복(福)을 달고 올 수도 있으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와 `화가 또 다른 화를 달고 올수도 있으니 삼가고 조심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마주한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기에, 반드시 지키고, 이겨내야 한다. 화(禍)는 이미 와 있으니 복(福)으로 바꾸면 된다. 수세를 공세로 바꾸어야 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 하지 않았던가. 복의 징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먼저, `시장의 변화`라는 복이다. 향후 농업시장은 `쌀`에서 과수, 채소 등 원예작물로 이동(market shift) 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강(江)·산(山)·해(海)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최고의 생물 다양성과 특산물을 내포하고 있는 경북이 시장변화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농협의 신용·경제사업 구조개편은 이러한 시장변화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 경북이 가진 복의 기운은 기술융합(Convergence Technology), 문화융합(Convergence culture)을 통해 녹색혁명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생산=돈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고 있는 새로운 농업혁명의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이다. IT·BT·NT 등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되고, 지역의 고유한 유무형 어메니티와 연계된 2,3차산업이 `농업은 곡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이라는 틀을 깨고 있다. 그 흐름은 하이터치(High-touch)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시대를 넘어 이미 아트웨어(Art-ware)시대까지 넘보고 있다. 전국 최다의 대학과 연구기관 등 과학인재 기반과 천년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신라-가야-유교의 3대 문화를 필두로 새마을운동, 호국, 선비 등 정신·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북의 강점을 농업과 잘 융합한다면 경북은 농업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아그리젠토(Agrigento)로 거듭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빠뜨릴수 없는 복은 `사람`이다. 극단적으로 박노해 시인이 읊었듯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경북도는 `청년리더 1만명 육성 프로젝트`와 (재)경북농민사관학교를 통한 전문 CEO 2만명 육성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도정의 핵심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업·농촌의 난제를 풀어갈 첫 출발점은 인재육성에 있다. 국토면적이 우리의 절반수준이고, 곡물자급률 또한 30% 이하로 대표적 수입국가이지만 세계적 농업강국으로 우뚝선 네덜란드 농업의 성공비결도 한 마디로 농업인재 육성이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의 경고적 의미를 되새기며, 지역농업이 지니고 있는 복(福)의 기운이 경북 농업 발전을 위한 곡우(穀雨)가 되어 우리 가슴에 흩뿌려 지기를 바란다. 도청 마당의 화사한 수목들이 우리의 눈길을 따스한 온기로 휘감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