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력` 하지현 지음 민음사 펴냄, 220쪽
우리의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마음의 힘은 무엇인가.
지난 10년간 열세 권의 책을 내며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해 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 열네 번째 책 `예능력`(민음사)을 펴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문화현상을 통해 도시인들의 심리를 살펴보거나, 소설 형식의 심리 치유서를 쓰는 등 매번 새로운 소재와 형식으로 대중 심리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 온 저자는 이번에는 텔레비전 속 예능 프로그램 분석을 통해 예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의 심리 구조`를 밝혀내고, 그 심리 구조를 어떻게 우리 일상에 적용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는지 알려 준다.
일상 속에서 그저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삶을 점검하고, 나를 돌아보며, 삶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저자는 멘토와 힐링을 멀리서 찾지 말라고 말한다. 쓸데없어 보이고, 시간 낭비인 것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텔레비전 예능을 통해서도 우리는 마음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웃고, 감동하고, 즐기는 사이 어느새 스스로 마음의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예능력`은 그동안 쉽게 보아 넘겨 왔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마음의 힘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흔히들 `바보상자`로 취급하는 텔레비전의 예능 콘텐츠를 정신과 전문의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보며, 다양한 예를 통해 예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힘 다섯 가지를 설파한다.
오랫동안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온 저자는 스스로 예능을 통해 지친 마음을 치유받았고, 자신을 지켜내는 마음의 힘을 키웠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배웠고, 놀 때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다섯 가지 힘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나를 지키는 힘,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힘, 삶을 놀이로 만드는 힘, 삶을 감동으로 채우는 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힘. 예능에서 발견한 마음의 힘 `예능력`은 나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고, 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면서도, 의미를 쌓아 가고 즐거운 미래를 기대하는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으로 요약된다.
■ 나를 단단하게 지키는 힘
세상에서 자신을 사랑해 줄 첫 번째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믿는 마음의 힘인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처럼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심지어 그것이 허세라 해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자존감을 갖고, 콤플렉스도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며 세상에서 존재감을 가져야 한다.
■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힘
강호동과 유재석도 처음부터 국민 MC는 아니었다. 그들도 늘 프로그램 내에서 포지션이 바뀌어 왔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맡은 바 포지션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자기 포지션을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조직도 발전하고 자기 자신도 발전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모두가 제대로 포지션을 잡지 못하면 프로그램이 잘 안 되기 십상이다. 자기 자신만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대를 받쳐 주고, 띄어 줄 줄 알아야 서로 빛날 수 있다.
■ 삶을 놀이로 만드는 힘
인생에서 우리가 부여받는 과제와 노동은 즐기며 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톰의 페인트칠 에피소드가 그러하듯 노동과 놀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 게임을 할 때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Continue`를 누르는 것처럼 우리는 도전하고, 또 도전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강박을 버리고 조금은 느슨하게 사는 `잉여의 시간과 태도`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 삶을 감동으로 채우는 힘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은 `재미`이지만 또 다른 중심 코드로 `감동`도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도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하는 중요한 힘이다.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할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인생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다. 자기 인생을 잘 스토리텔링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국 자기 이야기가 있는 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승리하듯, 우리에게도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의 응원을 받으며 인생의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힘
우리는 `잉여의 시간`을 보냄으로써 오히려 더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마음을 헛헛하게 한다.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그러므로 단 하루도 즐거울 수가 없다. 때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공익성 콘텐츠를 담기도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란 아주 거대한 일일 필요는 없다. 예능 프로그램만큼 `지금의 미션`에 집중하는 것도 없다. 우리도 자신에게 중요한 하루하루의 미션을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살아갈 때 더욱 즐거운 인생을 만들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