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승 자
내세의 모래 언덕을, 전생처럼 불어가는 모래의 바람
창가에서 이십 년 전쯤 처음 만났던 노래를 들으며
찻잔을 훌쩍이다가, 나는 결정한다
이제껏 내가 먹여 키워왔던 슬픔들을
이제 결정적으로 밟아버리겠다고
한때는 그들이 날 뜯어먹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자신이 그것들을 얼마나 정성스레 먹여 키웠는지 이제 안다
그 슬픔들은 사실이었고, 진실이었지만
그러나 대책 없는 픽션이었고, 연결되지 않는 숏 스토리들이었다
하지만 이젠 저 창 밖 충경, 저 불모를 지탱해주는
눈먼 하늘의 흰자위
저 무한으로 번져가는 무색 투명에 기대고 싶다
더스트 인 더 윈드, 캔자스
시인은 무한의 시간과 마주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만든 역사의 시간표를 넘어서 우주가 그려내는 무한의 길을 바라보고 있다. 캔자스의 `더스터 인 더 윈드`를 들으며 그 무한의 시간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시는 슬퍼할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아직도 순수한 소망과 꿈, 그리고 아픔을 느낄 만한 감정의 세포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하기에 매우 의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건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