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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Super 甲)`의 악행

등록일 2013-05-08 00:12 게재일 2013-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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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요즘 대한민국이 황당한 사건들로 인해 너무 소란스럽다. 아니, 소란스럽다 못해 짜증스럽기까지하다.

온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단연 북한의 김정은이다.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최종 인원 7명의 철수를 끝으로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연일 북한당국의 남한 정부를 향한 비난 성명은 계속되고 있으니, 이른바 국제사회의 `조폭세력`이자 `슈퍼갑`인 북한정권의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북한정권의 이러한 횡포로 인해 현재까지의 추정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액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큰 규모의 연쇄적 피해가 쓰나미처럼 닥쳐올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할 따름이다.

짜증스러움의 두 번째 이유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라면상무`사건이다. 지난 4월15일, 미국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한 대기업 상무가 기내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탑승하고 있던 항공기의 여성 승무원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라면상무`사건 이후 인터넷과 SNS매체에는 분노한 네티즌들에 의해 그 간부의 정체를 폭로하는 이른바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해당 대기업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문이 확산되자 급기야 해당 대기업에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임원을 보직해임 했다. 결국 그 `라면상무`는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짜증스러움의 세 번째 이유는 경주빵을 생산하는 P베이커리 업체 K회장의 몰상식한 행동이다. K회장이 지난 4월24일 “차를 빼달라”고 요구한 소공동 L호텔 현관서비스 지배인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지갑 등으로 수차례 뺨을 때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 누리꾼이 자신의 트위터에 “호텔 도어맨을 폭행한 K회장의 P베이커리가 KTX 안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주빵을 불매운동합시다”란 글을 남겼고 이 글이 SNS를 통하여 급속도로 퍼지면서, 심지에 KTX에서 판매하는 제품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될까봐 코레일은 전전긍긍했다. 비난 여론에 판로까지 막히자 사건 장본인인 K회장은 결국 폐업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5월이 됐으니, 이젠 지난 4월 보단 좀 조용해 지려나 기대했는데, 이번에는 유(乳)제품 시장의 `슈퍼갑` N유업의 영업사원과 가맹 대리점주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그간 축적된 짜증스러움은 극에 달하게 됐다. 이들의 통화 내용인 즉슨, 30대 초반의 N유업 영업사원이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가맹 대리점주에게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쌍스러운 욕설과 고압적인 태도로 무조건적으로 N유업 제품을 할당 받으라며 강매를 한 것이다. 심지어 쌍스런 욕설과 함께 대리점주에게 “망해~! 망하라고~!”라며 인간의 탈을 쓰고서는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추악한 말들을 내뱉었다. 한마디로 우울하고 슬프다.

이번 일들은 우리 한국사회가 포괄적으로 안고 있는 `슈퍼갑`의 횡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다. 이른바 `슈퍼갑`의 악행으로 인한 약자 `을`의 피해가 전해지면서 이제는 짜증스러움에서 더 나아가 공분(公憤)으로 국민들의 심리상태가 변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갑(甲)과 을(乙)`은 늘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의 사건을 지켜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을`의 입장에 더욱 공감한다. 불매운동도 그래서 시작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약자 `을`의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한국사회에서 `슈퍼갑`의 위치에 있는 소수 특권층의 자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 이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슈퍼갑`들의 진심어린 자성과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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