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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VS 타코야키 놓고 父子 한판승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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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이 어때서?`  김학찬 지음  창비 펴냄, 265쪽

한국소설의 참신한 상상력을 발굴하기 위해 창비가 제정한 창비장편소설상의 6회 수상작 김학찬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가 출간됐다.

`풀빵이 어때서?`(창비)는 소재에 대한 장악력, 생생한 인물 묘사, 깔끔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며 재치있는 발상과 기발한 화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평가를 받았다.(`심사평` 196~97면).

작가 김학찬은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 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뛰어난 구성력과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솜씨는 앞으로 그가 펼쳐갈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가볍고 경쾌한 문장, 영상을 보는 듯 생생한 묘사, 태연한 말장난과 은근한 농담까지. 소개팅 현장을 묘사하며 시작되는 `풀빵이 어때서?`의 첫 장면은 작품 분위기를 한눈에 보여준다. 소개팅에서 주인공은 `가업`을 잇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과장되게 늘어놓는다. 주인공의 행색과 외모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던 여자는 주인공이 `가업`을 들먹이자 자세를 고쳐 앉으며 높은 관심을 표한다.

아버지 밑에서 주인공이 잇는다는 `가업`은 다름 아닌 풀빵 장사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평생 붕어빵만을 구워온 붕어빵 명인이고, 주인공은 아주 어릴 때부터 대를 이어 붕어빵 굽는 걸 천직으로 생각해왔다. 미래에 대해 따로 고민해본 적도 없고 붕어빵 굽는 데 대학 졸업장은 필요 없기에 대학 진학도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군에 입대한 직후였다.

▲ 김학찬 소설가

고문관으로 낙인찍힌 주인공은 사회에서 붕어빵을 굽다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명 붕어빵병으로 활약하게 된다. 제대할 때까지 전투복을 갖춰 입고 붕어빵만 구운 주인공은 제대와 동시에 질릴 대로 질린 붕어빵에 이별을 고한다. 제대 후 일본으로 떠난 여행에서 운명처럼 타코야키를 접한 주인공은 타코야키 굽는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 이 순간부터 부자의 불화는 시작된다. 아버지는 타코야키를 굽는 아들을 인정하지 않고 아들은 붕어빵만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다. 붕어빵이라는 고전적인 음식과 새로이 수입돼온 타코야키라는 음식의 대립은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갈등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아들아, 붕어빵은 여전히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와 붕어빵은 너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어. (…) 어서 귀순하거라”(34면)라고 고집스레 말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막상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바로 주인공이 어릴 적 집을 나간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는 것. 가족의 비밀이 폭로되며 주인공은 예상치 못한 강펀치를 맞지만 결국 `미안하지는 않지만, 고맙다`고 능청스레 말하는 정신적 건강함을 보이며 한걸음 성장한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일련의 과정은 유쾌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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