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는 이렇게…` 정인모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296쪽
반면에 어떤 말이나 글귀는 우리 가슴속에 이정표로 남아 우리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것들도 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줄 이 시대에 꼭 새겨듣고 읽어야 할 대문과 철학자들의 문장을 엄선하여 기획한 `책 읽는 오두막`의 `이렇게 말했다` 시리즈에서 `브레히트`에 이은 두 번째 책,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가 출간됐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는 그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약 1억5천만 권 이상이 팔렸을 만큼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대문호임에 틀림없다. 1942년, 헤르만 헤세를 노벨문학상 수여자로 선정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장에 대한 대담성과 통찰력으로 고전적 인도주의의 이상과 높은 품격의 문체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헤세의 작품은 평화·인도주의적인 세계주의를 향해 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평탄한 문학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소년일 때,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까지 두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헤세는 정신적으로 심약했다. 이런 그에게 문학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처음에 개인적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한 문학은 어느새 그 자신을 뛰어넘어,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기에 이르렀고, 자신이 통과한 그 슬픔으로 세상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인생에서 두 번이나 겪은 세계대전에 대해 확고한 반전 의지를 피력함으로 작가로서의 시대정신도 잊지 않았을 만큼 의식 있는 작가의 전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헤세의 삶과 함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에게 글쓰기는 치유로서뿐만 아니라 단순한 창작 활동, 그 이상의 `구도적 행위`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사의 이야기를 통해 헤세의 작품이 거론되는 것을 보아도 그의 작품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떤 종교심과도 비슷한 내면과 정신의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시간의 의미를 깨달은 그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슬픔과 불안의 시간들이 차츰 따뜻하고 값진 시간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이 책은 남다른 통각으로 한 시대를 위무하며 수많은 명작을 남기고 떠난 헤세의 주옥같은 작품 속에서 현재의 우리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문장들을 엄선한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