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열풍`에 이어 `힐링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힐링(healing)`은 `몸과 마음의 치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힐링 열풍을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이 많긴 하나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그 속도에 맞춰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아픈 데가 참으로 많을 법도 하다. 힐링이 진짜 필요한 세상이다.`힐링`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좋은 치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젊은 나이의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심정은 참혹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어찌 그 고통을 알겠는가. 어머니는 물론 남겨진 모든 가족은 그때부터 방황했다. 평범했던 모든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녀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식을 잃은 사람들끼리 만든 인터넷 카페에서였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서로를 위로하는 댓글들을 올리면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인연이 된 그들은 직접 만나 여행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서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세상에 대해 마음의 빗장을 걸었던 그녀는 그제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녀에게 치유의 힘을 준 건 만남이었고, 그들끼리 나눈 마음이었다.
내가 `힐링`하는 방법은 글쓰기를 통한 만남들이다. 나는 글쓰기를 통해서 많은 사물과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큰 위안을 얻는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으로 잘 들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길을 걷다가 만난 허름한 폐가에서는 발길을 멈추고 오래된 빈집의 이야기를 듣는다. 거미줄로 뒤덮인 늙은 집이지만 한때 그 집도 사람들로 북적이며 반짝거리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주인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오랜 세월 홀로 허전한 공간을 지켰을 빈집이 내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척 외롭고 쓸쓸했노라고. 혹은 젊은 나이에 바다에 남편을 잃고 한평생 물질을 하며 살아온 바다 아낙네의 이야기를 듣는다. 끝내 파도를 건너오지 못한 남편을 그리며 거친 삶을 살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난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고 아픈 마음을 나눈다. 그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꼭꼭 품었다가 글로 엮어낸다.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 나의 상처도 들여다본다. 그러면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고, 내겐 어떠한 불행도 견뎌낼 힘이 생긴다. 슬픔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다.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은 불행은 찾아온다. 마음이 병들면 몸도 병든다. 그들에게는 치유가 필요하다. 치유의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닐까.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지 않은가.
신록으로 아름다운 이 계절에도 누군가는 상처로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자신들의 이기와 조급함에 빠져 살면서 정작 가까운 사람이 아파하고 있지나 않은지 그들의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시라. 누군가의 상처를 알고 진심으로 위로해 준다면 언젠가 당신도 그들로부터 치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