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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빛이 가득해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7-05 00:16 게재일 2013-07-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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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조금 이상한` 강성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84쪽
특유의 초현실적 상상력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인 강성의 두번째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두번째 시집에서 시인의 상상력은 아주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가 시간의 둘레와 겹 그리고 그 사이를 탐색한다. 잠 속에서 꿈꾸는 자아는 의식을 잠정적으로 중지시키고 기억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시간을 탄생시킨다. 무의식에서 생겨난 이 주체는 의식적 주체를 포기하고 다른 `자신-시간`을 만나 잠재적이고 근원적인 감각으로 자신을 관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된 나를 응시하고 기술한다.

시인은 시집의 문을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시 속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라는 구절로 열었다. 이 싯구는 분명하게 확정하고 단언하지 않는 시인의 시들을 꿰주는 하나의 버팀목 같다는 느낌을 준다. `환상의 빛`이라는 제목의 시는 강성은의 첫 시집에도 수록돼 있고, 이번 시집에도 연작의 형태가 아닌 개별 시로 세 편이나 등장한다. 이 시들은 강성은의 시적 주체가 경험하는 어떤 기이한 시간들의 경험 혹은 계시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차를 세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운전하는 것을 배운 적이 없다 면허증도 없는 내가 왜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일까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곤하게 잠들어 있다 차는 우리를 싣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다 집으로 가고 있다” -`환상의 빛`부분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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