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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지키는 법

등록일 2013-07-09 00:21 게재일 2013-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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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정치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 아래와 정치 너머의 변화가 없다면 정치도 더는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직업정치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바로 정치인 유시민이다.

그가 `어떻게 살 것인가`란 책을 통해 지식인 유시민으로 돌아왔다. 그는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네가지 요소를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로 정리했다. 그는 일과 놀이와 사랑만으로는 인생을 다 채우지 못한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온전하게 느끼지 못하며, 그것만으로는 누릴 가치가 있는 행복을 다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자연이 우리에게 준 모든 것을 남김없이 사용해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면서 그는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 나가는 것을 연대라고 부르고, 연대가 이뤄내는 아름답고 유쾌한 변화를 진보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 연대에 대한 욕망은 일, 놀이, 사랑에 대한 욕망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본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연대라고 불렀다.

유시민이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란 화두는 필자에게도 작지않은 울림을 던져주었다. 필자 역시 언론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언론에 뛰어 들었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더구나 필자 역시 벌써 25년이 넘도록 언론에 종사하면서도 아직도 언론의 본령을 지키는 일이 어떤 것일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양새니 동병상련의 정이 인다. 입사당시의 초심을 지키는 일이 이처럼 힘겨울 지 알지 못했다. 더구나 편집국장으로서 신문편집을 책임지게 되면서부터 고민은 더 깊어졌다. 매일 기자들이 취재해온 기사들을 들춰보며 어떤 기사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 기사일까 자문해본다.

사실 이전까지 만들던 대로 신문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기존 신문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관주도의 홍보성 기사와 약간의 읽을 거리 기사들로 채울 것이었다면 그리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리 없다. 하지만 초심을 지키려니 `세상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속 잣대가 걸려 쉽지않다.

그러려면 그런 잣대로 발굴한, 남다른 기사가 필요하다. 사건 사고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진솔한 뒷얘기들, 소외된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는 따뜻한 온정의 손길들, 우리 사회를 바꿔놓을 새로운 움직임이나 사회개혁운동에 대한 얘기, 우리 아이들의 밥상머리 교육을 대신할 만한 교육적인 소재 등을 발굴·보도해야 겠다는 꿈과 희망이 가슴 가득하다. 정말로 어떤 기사가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어떤 신문이어야 성공한 신문일까 하는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미국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랄프 발도 에머슨이 생을 마감하면서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정의를 내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서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이곳에 살아있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진정한 성공을 말하는 이 구절에서 주체를 사람이 아닌 신문으로 대입해보았다. 내 초심을 지키는 법이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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