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진 숙
길을 비켜주었습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내게
문득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나는 기침을 했습니다 열이 나서 몸을 떨었습니다
안 아픈 데 없이 온몸이 쑤셔왔습니다
노인의 소맷자락을 부여잡을 듯 대답했습니다 다 아픕니다
노인은 지나갈 생각은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위로도 하지 않고
뼈만 남은 손가락을 들어 내 가슴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그대는 어디가 아픈가
이제까지 따라다닙니다 내게 회초리가 되었습니다
몸이 아프냐고 묻는 노인의 물음은 몸이 쑤시고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육체적인 아픔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아픔은 육체가 아닌 마음과 영혼의 아픔이라는 전언이 시 속에 내재되어 있다. 맞다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늘 결여, 결핍되어 있거나, 상처, 억압, 동요, 갈등, 분노 등으로 편치 않는 상태에 놓여있지 않는가. 오늘 아침 노인의 손가락 끝이 우리의 가슴을 겨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