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 25~9월29일<bR>소박·담백한 서정 세계 돋보여<br>포항청년작가회 초대회장 역임
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25일부터 9월29일까지 4전시실에서 포항출신 서양화가 이창연(1954~2010) 선생의 유작전 `바람의 풍경, 이창연전`을 마련한다.
1988년 포항청년작가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던 고 이창연 선생은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돼 왔으며 2010년 타계할 때까지 돈독한 친분으로 지역 화단의 유쾌한 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해 왔다. 무엇보다 1990년 후반부터 포항화단에서 보기 드문 전업 작가로서의 활동과 그의 화풍은 대내외적으로 포항의 정체성을 알리고 한편으로는 고향을 지키며 수도권에서 인정받는 작가로서 가능성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그의 위치는 남다르다.
`바다`라는 소재는 작가 이창연 화풍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모티브다. 포항지역의 일대가 바다이며 어디로 가든지 바다와 연결이 돼 있고 생활 속 현장이다. 일상에 대한 관조와 표현, 소박하고 담백한 서정의 세계, 이창연의 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일차적인 인상이다. 그것은 평범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소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마치 삶의 한 부분을 순간적으로 채집한 듯한 작가의 화면은 심각한 조형의 원리나 작위적인 이념을 강요하지 않으며 일상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보는 이에게 다가온다. 정적이고 꾸밈없는 화면은 섬세한 필치로 다듬어져 특유의 밀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밀도는 풋풋하고 싱그러워 오히려 담백함을 더한다. 그것은 마치 일상을 적어 놓은 진솔한 일기같이 혹은 생활의 단편을 기록한 에세이처럼 여유롭다. 특히 수많은 붓질이 만들어 낸 낡은 듯한 특유의 미감은 사물들을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두드러지게 한다.
이창연의 화풍은 생활 속에서 나왔다. “생활 속 모든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그림이 시요 시가 그림이다는 말이 있듯이 내 생활이 예술이고, 일상을 표현함에 있어 나다운 그림, 감성, 생각 사상이 담겨 있어야 한다(작가의 글). 그리고 그 바탕은 반드시 한국적 이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강조했다. 한국적인 서정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작가는 민화에서 그 방법을 찾았다. 민화의 평면처리와 원근법을 무시하며 오래되고 낡고 꼬질꼬질 하면서 정감이 있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또한 이창연의 작품에는 우리가 봐왔던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그 대표적 소재들이 포항지역의 명소인 영일대 해수욕장(구 북부해수욕장),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진 포송도, 강한 해풍에 살아남고자 하는 가늘고 외로워 보이는 해송, 그리고 그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풍경들이다.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풍경들은 포항지역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번쯤은 꼭 들리거나 생활터전들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에 대한 난해함을 덜어주고 친숙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가 스스로의 생명력을 작품에 이입시키고 작품의 한 부분에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 넣어 관람자와 대화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갑수 관장은 “포항시립미술관이 지역작가 발굴과 지역미술사 정립의 일환으로 기획한 `바람의 풍경, 이창연전`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보기가 힘든 요즈음, 절대적이고 영원한 사랑이 소중한 시대임을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