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2006월드컵 16강 진출, 유로 2008 4강 진출, FA컵 우승, 네덜란드 정규리그 우승, 이영표, 박지성 등 선수의 잠재력을 정확히 파악, 유럽 빅리거로 성장 시킴. 앞의 이야기들이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일까?
바로, 거스 히딩크를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히딩크는 세계 최고 축구 감독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주관이 매우 뚜렷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밀고 나간다. 그는 모국 네덜란드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선수들을 매우 좋아한다. 그는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 또는 어느 축구클럽의 감독을 맡기 이전에 이미 그 팀을 맡아서 어떻게 선수들 간의 단합을 이끌어 내고 자기 자신을 믿고 따라 오게 할지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 한다. 히딩크의 연습 방법도 매우 유명하다. 다음 경기에 발생할 만한 경우를 미리 정확하게 예상하고 연습을 한다. 예를 들면 2002년 월드컵 때 스페인과의 8강전을 앞두고, 승부차기 연습을 계속 지시하였고, 실제로 승부차기에서 승리하여 4강 진출을 했다. 2006년 월드컵 예선전인 우루과이와의 경기 전날에도 프리킥 연습을 계속 지시했는데 해서 결국 그 다음날 경기 때 프리킥으로 득점을 하며 호주 국가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게끔 만든 장본인이다. 히딩크는 스타플레이어에게 절대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열정과 혈기가 넘치는 젊은 선수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서 충만한 자신감으로 경기에 임하게 하고 승리의 결실을 거두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 히딩크는 축구계의 마법사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마법사 히딩크 감독의 총애를 받아 온 홍명보 감독이 드디어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다.
최강희 감독 이후 혼란속에서 국가대표를 맡은 홍명보 감독이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성장시킬 지 많은 축구팬들은 궁금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걱정은 한마디로 기우(杞憂)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일 호주 국가대표팀과의 A매치 데뷔전에서 자신의 색깔을 온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호주와의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남자부 1차전에서 득점없이 0-0으로 비겼다. 패하지도, 승리한 것도 아니었다. 단순한 수치적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21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은 1개도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무리가 아쉬웠다. 호주 골키퍼의 신 들린 듯 한 선방(善防)도 돋보였고 후반 26분에는 염기훈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불운도 겹쳤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전체적으로 상쾌했고 기립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가장 강조한 것은 `공간`과 `압박`이었다. 두 가지 키워드를 놓고 본다면 100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훌륭한 경기였다. 선수 전원이 모여 훈련한 시간이 겨우 이틀에 불과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짧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확실하게 대표팀만의 스타일을 이끌어냈다. 한국 대표 선수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조금의 틈도 없이 압박했다. 공격 시에는 빈 공간이 나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2002년 당시 한국 대표 선수들이 보여 주었던 압박 축구와 거의 흡사했다. 홍 감독은 호주전 이후 선수들을 끊임없이 칭찬하고 격려했다. 고로, 홍명보 감독은 가슴 넓은 덕장의 아량도 보여줬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축구역사상 올림픽 메달 획득은 처음이었다. 지금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모든 흐름과 기운이 매우 좋다. 오늘 있을 중국전은 당연히 승리할 것이며, 이제 홍명보 감독에게 남은 과제는 바로 월드컵 결승 진출, 월드컵 우승 밖에 없다. 우리나라 선수들이라고 못하란 법 없잖은가 2014년 브라질에서의 홍명보의 멋진 마법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크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