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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소설가·영화감독 `만능작가` 인간을 둘러싼 혼돈과 좌절 그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7-26 00:47 게재일 2013-07-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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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첼로`  이응준 지음  민음사 펴냄, 276쪽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통해 문단과 대중으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아 온 작가 이응준의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민음사)가 출간됐다. 

이 소설집은 다시 철저히 문학의 본령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소설 속의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마치 퍼즐이나 모자이크처럼 서로 겹쳐지거나 충돌하며 치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빛과 어둠은 서로 은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 주며 쓸쓸한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노래한다.

이 책에 실린 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어둡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 즉 어둠의 심연을 겪고 있다. `밤의 첼로`는 어두운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인간을 둘러싼 혼돈과 좌절을 어둠 그 자체를 그린, 여흑(餘黑)의 소설이다.

이응준은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밝히듯이, “눈물이 맺히는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이 어떤 거대한 진리보다 강하다고 믿는” 지극한 낭만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다. “무리를 스스로 저버린 늑대가 어둠 속에서 홀로 죽음에 도전하듯” 이응준 작가는 자신과 문학과 세상과 싸워 오며 아름다운 것, 오직 예술만을 추구해 왔다.

시인이자 소설가, 영화 각본가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응준은 그동안 그의 작품들을 통해 시적 언어와 소설적 구성, 영화적 감각으로 한국 문학에 전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인 권진규는 “문득 그는 천국처럼 머나먼 곳의 상처 입는 어떤 이들과 자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간절히 아프게 연결돼 있는 것만 같았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버드나무군락지`를 중심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여섯 편의 소설 속 인물들을 연결시켜 주는 것은 고통으로 인한 상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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