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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록일 2013-08-07 00:12 게재일 2013-08-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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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이 있다. 그 능력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세상에 얼마나 억울한 사람이 많은지 알아버렸다. 소년은 자신의 능력으로 억울한 그들을 돕고 싶다. 문제는 소년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것! 소년은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무력하다. 그 소년 앞에, 가난이라는 역경을 극복하고 국선전담변호사가 된 여성이 나타난다. 돈 없고 억울한 이들을 돕는다는 21세기의 영웅, 국선변호사! 허나, 문제는 이 여성의 꿈이 정의가 아니라, 돈과 명예라는 것! 여성은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나 속물이다. 그런데 착한 초능력 소년과, 속물에다가 냉정한 여성 변호사가 함께 세상의 억울하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시작한다. 각각 따로 있을 때는 50%가 부족했던 이들이 하나가 되어서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완벽한 영웅이 된다.

21세기의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바로 지난 1일에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된 내용이다. 드라마 종영 다음날인 2일, 닐슨코리아의 시청률 조사 결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최종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23.1%를 기록했다. 최종회에서 살인마 민준국(정웅인 분)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여성 국선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과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는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현직 판사인 서울고등법원의 이주영 판사도 법률신문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에서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번 보시길 강력히 추천드린다”라고 드라마에 대하여 극찬할 정도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자 국선변호사 차관우(윤상현 분)의 `수화(手話) 변호` 장면을 꼽고 싶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청각 장애인 할머니 피고인을 위해서 차관우 변호사는 수화로 열심히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최선을 다해서 변호에 임한다. 수화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보통 1년 정도 열심히 수화를 공부해야지만 수화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윤상현도 이 드라마 속에 수화로 변호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2개월 정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에는 여자 주인공 장혜성 변호사가 차관우 변호사처럼 수화 변호를 잘 하기 위해 수화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현실에서 변호사가 자신이 맡아서 변호해야 할 피고인들 가운데 수화 변호가 필요한 청각 장애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행여, 수화 변호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수화 전문가의 협조를 받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차관우 변호사가 그랬듯 장혜성 변호사도 자신이 직접 수화 학원을 다니면서 수화 공부를 한다. 청각 장애를 겪고 있는 피고인이 변호사인 자기에게 간절히 외치는 마음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듣기 위해서이다.

차관우, 장혜성 국선변호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수화교육과 점자(點字)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넣으면 어떨까? 그래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 대부분이 수화와 점자를 이해하고 이것으로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그래서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인들과 어려움 없이 수화로 대화 하고,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과 어려움 없이 점자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이 나라가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나라가 될까? 영어, 일어, 중국어 공부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청각, 시각 장애의 고통으로 한숨 짓고 살아가는 많은 이웃들이 있다. 그들 맘 깊은 곳에 있는 목소리를 들어 보고 싶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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