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I,II`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360쪽, 328쪽
1993년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2012년 제7권 제주편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20년 동안 330만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국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로 기록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이번에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와 `일본문화의 정수`를 찾아 일본으로 떠난다. 그동안 펴낸 제7권까지의 국내편 `답사기`는 전국 각지의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소개하면서 그 가치와 의의를 저자 특유의 입담과 안목으로 새롭게 조명해온바, 수준 높은 문화교양서이자 기행문학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답사기` 자체가 이미 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답사기`가 일본편 1권 `규슈―빛은 한반도로부터(창비)`와 2권 `아스카·나라―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창비)`로 선보인다.
이번에 출간된 `답사기` 일본편은 그동안 한·일 관계의 주요한 주제였던 과거사 문제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해 한국이 일본에 문화적으로 영향을 흔적을 찾고 그 바탕 위에서 일본문화가 꽃피게 된 과정을 흥미롭게 탐사해 나간다.
`답사기` 국내편이 우리 국토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면서 아끼는 마음을 고취시키는 데에 일조했다면, 이번에 출간된 일본편은 일본의 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상호교류하고 섞이면서 발전해가는 문화의 진면목을 깨우쳐준다고 할 수 있다.
`답사기` 일본편은 단순히 일본의 문화유산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였고, 고대 일본문화에 우리 한반도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로, 눈으로 확인하고 쓴 책이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일본편에서 1권 `빛은 한반도로부터`(규슈)는 일본이 고대문화를 이룩하는 데 한반도 도래인이 전해준 문명의 영향, 조선 도공들이 일본에 터를 잡고 눈부신 자기 문화를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를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 답사한다.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아스카·나라)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에 위치한 주요한 옛 절을 답사하면서 한반도와 일본문화의 친연성과 영향관계, 그리고 자생적으로 발전해간 일본문화의 미학을 돌아본다.
저자 유홍준은 여기서 우리가 왜, 새삼 지금 `답사기` 일본편을 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각 권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답사기` 일본편이 소개하는 문화유산은 일본에 소재하는 문화유산이고 일본의 문화유산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우리 조상들의 흔적과 영향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주된 테마이다.
일본편 1권 `빛은 한반도로부터`는 규슈 지역을 답사하며 일본 고대사와 관련된 유적을 돌아보고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확인한다. 답사는 북규슈와 남규슈로 나눠서 진행된다. 북규슈 답사는 먼저 거대한 청동기시대 주거지인 요시노가리 유적지, 지금은 폐허가 된 임진왜란 때의 침략기지 히젠 나고야성, 백제 무령왕의 탄생지로 전하는 가카라시마, 조선 분청사기가 일본화된 가라쓰야키의 옛 가마터, 장대한 고려 불화가 소장돼 있는 가가미 신사, 조선 도공의 얼이 새겨진 아리타와 이마리, 백촌강 전투 후 망명온 백제인들이 백제식으로 쌓은 수성을 찾는다. 남규슈에서는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 도공 박평의와 심당길 두 집안이 이룩한 사쓰마야키의 고향인 미산마을과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던 옥산궁, 백제 후손들이 1300년을 두고 이어오는 사주제(시와스마쓰리)의 현장인 미야자키 백제마을을 돌아본다. 사쿠라지마의 활화산 등 그저 자연풍광을 즐기거나 골프 여행을 떠나는 규슈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함께 호흡하는 규슈 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편 2권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에서는 아스카와 나라 지역의 고찰을 돌아보면서 일본에 불교를 전해주고 불상과 건축 등 찬란한 일본의 불교문화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도와준 도래인들의 자취를 따라간다. 아스카 지역에서는 5세기 가야인들이 건너가 도기문화를 전래해준 흔적이 확연한 `가까운 아스카`, 백제계 도래인들이 불교와 한자문화를 전해준 과정을 따라 석무대, 귤사, 아스카사를 거쳐 법륭사까지 돌아본다.
인간·예술·역사가 어우러져 총체적인 인문교양서의 장을 열었던 `답사기`는 이번 일본편에서도 변함없이 그 성취를 이뤄 일본의 역사, 문화, 인물, 예술 등 그야말로 일본에 대한 이해를 돕는 풍성한 내용을 망라해놓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