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옥` 김명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은 보이는 번듯함에 가려 그늘진 곳에서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물들의 이름을 불러낸다. 표제작의 `곡옥`은 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꿴, 금관 등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장식물로, 금관 전체의 휘황찬란함에 비하면 하찮은 물건이다. 그러나 시인은 “금관의 한 일부” “찬란함의 한 일부”라며 곡옥이 본디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직관한다. 그리고 이 경이로운 발견 속에서 “별들의 적요”처럼 숭고한 묵언을 듣는다. 이는 시인이 전에 없던 세계와 조우하는 순간이며 존재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무한의 시공간을 열어 보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툭 떨어져버리는 과실에서 “가지와 바닥 사이”에 “머무는 평정”(`낙과`)을 읽고, “돌멩이 하나에”서 “향기”(`불행`)를 맡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의 시는 “현실의 어두움을 간략하고 선명하게 조직화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권영민, `한국현대문인사전`, 서울대학교출판부). 시적 대상을 이루는 당대의 어두운 현실을 시인의 날카로운 직관을 통해 꿰뚫어봄으로써 그 의미와 실체를 또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명수 시의 직관의 힘이 `본다`는 것의 의미와 연관되어 있다면, 그 `본다`는 것은 가시적이지 않았던 것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것, 형언할 수 없는 것을 형언하는 것, 혹은 그 `봄`으로부터 다른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시가 일종의 목격담이라면, 그 목격담은 잠재된 것들을 드러내는 경이로움으로부터 적막하고 고요한 시간으로 진입하는 적요한 목격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광호(문학평론가) 해설 `적요한 목격담, `그렇게`의 세계`에서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