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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등록일 2013-09-10 02:01 게재일 2013-09-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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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최근 내란음모혐의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 검찰에 구속된 이석기가 카메라앞에서 히죽히죽 웃어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질렀다. 국정원앞 데모현장에서는 마치 영웅이나 된듯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의 뻔뻔한 웃음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이석기 의원은 자신이 정치권력의 탈헌법적 행태를 비판하고 저항한 민주투사가 된 양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나라는 그리 멀지않은 과거에 군부가 정권을 차지해 독재권력을 휘두르면서 인권을 유린하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아픈 역사를 갖고있다. 특히 독재 정치권력의 유지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나 세력, 또는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단한 사례들도 적지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력에 실망하거나 자주 비판하다보니 반정부에 관대해지고, 때로 반정부가 반국가로 변질돼도 익숙해져 `반정부`쯤으로 여기게 됐는지도 모른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이석기 의원 같은 종북주의자가 승자처럼 웃고 떠들고 다닐수 있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의원은 지난 5일 국회본회의장에 들어가고,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후 나오는 장면에서도 환하게 웃고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힘차게 이야기 했다. 마치 이 장면만을 본 사람이라면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승리한 건가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석기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는 국회에 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거짓이 엄청난 물리적 힘을 갖고 있어서 세보이지만 전 별거 아니라고 봅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마치 민주투사가 독재권력에 핍박받고 있는 와중에 한 마디하는 모양새다.

국정원과 검찰은 구속된 이석기 의원에 대해 법정형이 사형인 `여적음모죄`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적음모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행위를 모의`할 때 적용되며, 내란죄와 같이 `여적죄`는 범행이 완성되지 않더라도 예비·음모·선전·선동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국정원은 지난 5월12일 서울 합정동 회의에서 이 의원 등이 전쟁이 발생하면 북한을 도와 한국 내 국가기간시설 등을 파괴하려고 모의한 부분을 `여적음모`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여적죄`가 성립하려면 `적국`이 존재해야 하지만 우리 헌법은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보고 있어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 다만 1983년 대법원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 국가로 볼 수는 없지만, 간첩죄의 적용에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어 법원의 판단에 맡겨둘 일이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이석기 의원의 뻔뻔스런 웃음은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을 떠올리게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말은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으로,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악어가 큰 고깃덩이를 삼킬 때는 꼭 우는 것처럼 보이는 데, 이는 악어가 슬퍼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입보다 훨씬 큰 덩이를 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어는 먹이를 삼키고 나서 숨을 급하게 들이쉬는데, 이때 눈물샘이 눌리면서 눈물을 흘리게 돼 먹이를 먹을 때 우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온갖 부정을 저지른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을 보면 거짓으로 눈물을 흘렸다 하여 악어의 눈물이라고 꼬집곤 한다.

반국가적인 행위가 조목조목 적발돼 검찰에 의해 구속된 이석기 의원이 자신을 민주투사인 양 포장하기 위해 웃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바로 그 `악어의 눈물`처럼 거짓눈물이요, 거짓행위였다. 국민을 속이고, 자신을 속이는 이석기 의원의 웃음은 악어의 눈물과 함께 우리 정치권에서 다시 보고싶지 않은 추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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