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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와 대한민국號의 향방표지 읽기

등록일 2013-10-07 02:01 게재일 2013-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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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예술적 기법으로서의 `낯설게 하기`는 일상의 습관이 끌어당기는 힘을 거부하고 습관적 문맥에서 대상을 뜯어내서 상투적 표현과 거기에 따르는 기계적 반응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감각의 결을 고양시킨 상태에서 대상을 새롭고 낯설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러시아 형식주의를 대표하는 시클롭스키는 `낯설게 하기` 기법의 가장 뚜렷한 본보기를 톨스토이의 중편소설 `홀스토메르`에서 찾아냈다. 그는 톨스토이가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인간 사회의 부조리, 거짓과 위선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문명대전환기를 사는 우리는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세상의 현실과 맞대면하도록 요구받는다. 종래의 습관적 문맥과 문법, 상투적 진단과 처방으로는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늘 새롭게 대상을 인식하고, `관계의 그물망`을 해석하도록 요청받는다. 그런데 그게 어디 한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일이겠는가? 회사 조직에게만 적용되는 일이겠는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미국의 의회가 2014년도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각)부터 일시폐쇄(shutdown) 상태에 돌입했다. 이로 말미암아 군과 경찰 등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공공서비스가 중단됐고, 80만에서 120만여명의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를 떠났다. 문제는 이 상태가 장기화해 내수 위축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인 자동차와 가전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2주일을 넘겨 10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또한 미국은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공동 발표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유지되어 온 전후 체제의 근간까지도 흔들려고 하고 있다.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 공동 발표문 및 합의사항을 보면 일본이 동남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것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미국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이 필요한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군비축소에 나선 미국이 일본에게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의 일부를 맡긴 것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재정난으로 인한 미군의 역할 축소를 일본의 역할 증대를 통해 보완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읽혀진다.

이번 성명이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길을 열고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일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형국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군국주의에 침략을 당했던 한국과 중국으로서는 이 상황을 어찌 맘 놓고 바라보기만 하겠는가?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반발하지 않겠는가? 이 상황에서 러시아까지 일정한 역할을 하고자 나선다면?

대한민국은 이러한 복잡한 모든 대외문제에서 외부 세력과의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든 영구안전세력은 없다는 새로운 인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국제관계 속에서 종래의 습관적 문맥과 문법, 상투적 진단과 처방으로는 해결책을 모색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늘 새롭게 `관계의 그물망`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면서 기민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만 한다. 모든 게 한 순간에 헝클어지기 쉬운 이 시기에 무게중심을 잘 잡아나가는 한편으로,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현실의 지각 변동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19세기 말에 톨스토이는 홀스토메르라는 말(馬)의 관점에서 세상의 변덕과 위선을 바라보고 인간 사회의 관습과 제도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우리도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 인식의 `낯설게 하기`로, 새로운 시각을 통해서 동북아시아 상황을 조망해야만 한다.

문명전환기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당면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새로운 관계, 새로운 맥락, 새로운 문법,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만들어내길 요구한다. 정치인과 관료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급변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인식론적 지평을 열어가는 삶`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대한민국 호(號)가 지향하는 향방표지도 더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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