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운하 공사가 마무리 되며 형산강과 운하 사이를 막고 있던 뚝이 제거되었다. 수문도 다음 달에는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것이다. 포항시민들로서는 오랫동안 고대하던 일이다. 수질오염이 심각한 동빈내항이 이로 인해 차차 정화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도시이미지 향상과 경제파급효과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요즈음 생태계(Eco System)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는데, 이는 보통 산, 들, 하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물고기와 짐승들을 포함한 동식물들의 살아가는 체계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좀더 엄밀히 해석한다면 이 자연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동식물들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들의 삶의 모습과 체계를 모두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생태학은 영어로 Urban Ecology인데 이는 도시에 모여 사는 인간의 행태에 중점을 둔 학문으로 인간생태학(Human Ecology)이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도시생태학이 인간만이 아닌 모든 동식물들을 포함한 시스템의 작동체계를 연구하는 분야로 이해되고 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조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긴 세월에 걸쳐 다양한 환경변화 속에 각 생명체들의 경쟁, 점령, 계승의 사이클이 계속된다. 하지만 아주 긴 세월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기에 평온을 유지한듯 보여지기도 한다.
우리의 도시는 우리 인간들이 문명을 이루며 생산과 소비 속에 유지되는 체계이다. 이 도시에서 새로운 사상이 싹트고 새로운 물품들이 생산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여 있기에 자연환경이 변형되고 오염되고 있다.
우리의 도시는 지극한 환경오염에 노출되고 우리 인간들은 그 속에서 피로, 짜증,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좀 더 쾌적해지고 지속가능하게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포항시의 포항운하 건설은 오염된 도시생태계를 우리 시민들이 살기 좋은 모습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다. 막혀서 오염되고 냄새나던 동빈내항을 자연이 아닌 인간의 힘으로 짧은 시일 내에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막혔던 강물이 연결되고 오염된 수질이 정화된다. 이 강물을 통해서 동빈내항과 형산강의 바닷고기와 민물고기가 만나고 공생하게 될 것이다. 형산강과의 연결부분에 갑문이 있지만 홍수기에나 닫혀질 것이기에 평소에는 물고기들의 왕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이 운하주변은 많은 부분이 녹지대로 조성될 것인데 이는 새와 곤충들이 날아드는 도심의 자연생태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새로 도입되는 건물들에는 옥상정원이나 건물 표면에 식생이 가능하도록 함도 좋을 것 같다.
운하도 좀 더 폭이 넓어지고 녹지대도 좀 더 컸으면 좋겠지만 재정적인 제한 때문에 현재의 크기로서 결정된 것이므로 현 상태에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유사한 노력들을 서울의 청계천에서 그리고 미국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사업들은 환경오염 제거만이 아니라 테마적인 시설을 겸비하여 도시이미지가 쇄신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발전되었고, 주변 도심지역들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포항운하와 수변유원지의 건설도 삭막했던 포항도심에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물고기와 나무와 잔디에게도 공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건이다. 이로 인해 포항은 `철의 도시`임에 더하여`환경도시` 또는 `생태도심을 지닌 도시`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는 없다. 이제 방향을 잘 잡았으니 지속적인 추진이 장기적인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현재는 물길을 뚫어낸 것,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