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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가을 정취 속에서

등록일 2013-11-06 02:01 게재일 2013-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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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볼일이 있어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연화재를 넘어오는데 창밖의 풍경이 갈색톤 위주의 가로수와 함께 매우 아름답다.

국민은행사거리 근처에 차를 맡기고 걸어가는데, 시가지의 풍경 또한 정겹게 다가온다. 대도시의 화려한 건물과 쇼 윈도우가 아닌 중소도시의 평범함이지만, 아기자기한 건물들의 모습에서 그리고 소박한 광고판들에서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 거리는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나 서울 `마포의 한 골목`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 거리는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함께 간직하며 조금씩 변모되어 요즈음의 모습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수 십년간 이러한 가로들을 많이도 허물었는데, 이와 연관된 역사, 문화, 그리고 커뮤니티도 함께 사라져버렸으니 아쉬움이 크다.

중앙통으로 발길을 옮기자 포항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알려졌던 `중앙상가 실개천`이 나타난다. 돌과 콘크리트로 조성된 실개천에는 예나 다름없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데, 주변의 목조데크는 많이 낡아있다. 약간의 손만 보아도 예전과 같은 빛을 발할 것인데, 아쉬움이 크다. 원작자의 의견을 물어 아예 돌이나 콘크리트 데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역사가 일천한 포항, 공장과 술집만 있던 포항이라지만, 찾아보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질만한 장소나 시설들이 꽤 된다. 호미곶은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이고, 포스텍은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고, 죽도시장은 전국 굴지의 재래시장이다.

얼마 전 준공된 영일대 누각은 영일대해수욕장을 빛내면서 한국의 전통누각의 형태를 선보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지닐 만하다. 인근 해변에서 열리고 있는 스틸아트페스티벌에 출품된 30가지 철강조형물들도 포항시가 구매하여 이곳 현장에 영구히 전시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완공된 포항운하도 빼 놓을 수 없다. 동빈운하와 형산강을 잇는 이 운하는 바닷물과 민물이 합치는 곳이고, 소형크루즈가 관광객을 태우고 왕래하는 곳이면서, 동빈내항의 오염물질들을 정화해줄 첨단 엔지니어링의 결정체이다. 이 포항운하는 서울의 청계천이 그러하듯 포항을 더욱 알리고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항도심에는 화려한 영일대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아직 개발을 기다리는 송도해수욕장이 있고, 좀 더 교외로 가면 칠포해수욕장, 월포해수욕장 등이 유명하다. 이에 더하여 내연산, 그 언저리의 천년고찰인 보경사, 상옥마을, 그리고 경북수목원 등 가볼 곳도 많다.

이렇게 알려진 것들 말고도 포항에는 아름다운 곳들, 감상할 만한 시설들이 많다. 우선은 대학캠퍼스들을 들 수 있다. 포스텍의 노벨광장, 학생회관과 인근의 연못, 벚꽃 화려한 국제관 인근 가로수 길. 한동대 입구에서부터 정문까지에 이르는 아름다운 가로수 길, 붉은 벽돌의 현동홀, 푸른 물빛 천마지와 99고지 천마산.

그밖에도 포항에는 소소한 스토리 내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 많다고 본다. 포항에 오래 살았고 잘 아는 이들만이 알고 있는 추억의 장소도 많을 것이다.

필자와 친분있는 향토작가 L씨는 포스코 이전의 동빈내항 언저리를 매우 잘 기억하고 있다. 그만이 아니라 건축가 C씨, 사업가 Y씨도 물닭을 비롯하여 많은 물새들이 숨어있던 너른 갈대 숲을 기억하고 있다. 20년 못 미치는 비교적 거주경력이 짧은 필자의 경우에도 많은 장소들을 정겹게 기억하고 있다. 도서관으로 변모된 구 시청사, 멋쟁이 건축가였던 고인이 된 K씨의 작품인 육거리 인근 골목안의 3층 커피숍 건물, 그 안쪽에 자리 잡은 과거 금강호텔 건물, 포항의 3·1운동 발상지와도 같은 구 제일교회건물...

이러한 장소와 시설들이 지역신문에도 소개되고 좀 더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 정취를 느껴보는 그러한 곳이 되면 좋겠다. 오늘도 필자는 가을햇살을 맞으며, 포항의 소소한 풍치와 이야기들을 즐겨가며 일상을 꾸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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