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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치야마 기행

등록일 2013-11-20 02:01 게재일 2013-1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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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아침 일찍 포항을 떠나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내리고 거기서 전세낸 승합차를 타고 목적지인 후쿠치야마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이곳은 인구 8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고대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부에 속해 있고 한반도와 동해바다를 사이에 둔 일본 서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후쿠치야마에는 필자의 방문목적지인 세이비대학이 있고 그 옆 도시는 마이즈루이다. 세이비대학은 전교생이 300명 정도인 소규모 대학이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사립대학이며 이번에 이 지역 도시들과 포항시가 추진하고 있는 영일만항-마이즈루항의 정기항로개설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오사카, 고베 등이 위치한 인접 동해안지역에 비해 후쿠치야마, 마이즈루 등의 서해안 도시들은 크게 발전되지 않은 소도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이번 여름의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한반도에는 미치지 못한 반면 이들 도시들은 예년과 다른 폭풍과 폭우로 강물이 범람하고 주택지와 평야가 물에 잠겼었는데, 아직도 그 피해가 눈에 보인다.

지난 20년간 일본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서부지역은 더욱 더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들 도시들은 한 탈출구로서 한국의 항만을 포함한 환동해권 항만들과의 정기항로 개설을 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객의 증가를 바라고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라고 있다.

이 지역은 고대로부터 한반도의 문화가 전해오고 사람들이 이주하던 통로로서 중요성을 가진 지역이었다. 오카니시 야스히로 교토부 부지사도 이곳이 한반도로부터의 문화와 기술의 전래 통로로서 중요성을 갖는 지역이고 앞으로도 이 지역들이 중심이 되어 한일교류 및 협력을 증진시키자는 내용의 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후쿠치야마성이 있다. 이곳의 성주였던 아케치 히데미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반대하던 사무라이로서 그가 패하지 않았다면 임진왜란도 일어나지 않았고 한일간의 역사도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 후쿠치야마성은 1870년대 명치유신때 사무라이제도가 폐지되며 파괴되었는데 1996년에 새롭게 복원되었다. 현재 건물들은 전통적인 나무구조가 아닌 철근콘크리트구조에 나무를 씌운 형태인데 그 모습이 매우 웅장하다. 둘레에는 도랑이 있고 이를 높다란 다리를 통해 건너면 성으로 올라가는 비탈길이 있다.

후쿠치야마성의 축대며 기단은 튼튼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이면서도 가까이에서 보면 특이하다고 할 정도로 엉성해 보인다. 큰 돌덩이 사이를 작은 돌멩이로 대충 채워놓은 것도 그렇고, 다른 용도로 쓰이던 돌덩이가 그대로 쓰인 것도 그렇다. 하지만 전반적인 후쿠치야마성의 풍모는 대단하다고 할 만하며, 앞마당에는 일본에서 제일 깊다는 50m 우물도 남아있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온천으로서 유명한 곳이라는데 필자가 머물던 호텔에도 노천온천이 있다. 엄밀하게는 반노천 온천이다. 지붕과 담이 있어 밖에서의 시선을 차단하게 되어있지만 외부의 차가운 기운을 맞으며 따뜻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이 지역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서 스키장도 유명하다. 저렴한 골프장도 여럿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러한 리조트가 많이 있지만 외국의 색다름과 한적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곳은 연결교통의 불편함으로 한국인들이 찾기에 좀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영일만항-마이즈루항 정기항로가 개설되면 이 지역은 이러한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지역 일본인들도 영일만항을 통해 포항과 인근의 관광지를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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