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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女性에 보내는 따뜻한 위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11-22 02:01 게재일 2013-11-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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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포레 펴냄, 256쪽
간사이 사투리 연애소설로 유명한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사랑을 받은 단편을 엄선한 `고독한 밤의 코코아(포레)`가 출간됐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30대 여자들의 연애 담화를 신랄한 필치로 그린 `서른 넘어 함박눈`으로 올봄 또다시 국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2010년 복간 이후 일본에서 또 한 차례 다나베 신드롬을 일으키며 8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책이다. 삼십 년도 전에 쓰인 이 소설들이 그토록 사랑받는 것은 특유의 구성진 유머와 단순명쾌한 서사, 감각적인 문체와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다나베 세이코만의 탁월한 묘사와 관조 덕분일 것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통해 여자들은 연대하고 공명한다. 무겁지 않은 스토리로 무한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 몇 줄로 생의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서사를 만들어가는 솜씨,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철렁할 만큼 인간 심리를 꿰뚫는 예리함은 이제 다나베 세이코 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아우라가 되어 독자들을 언제나 기대에 부풀게 만든다.

이 책에는 `고독한 밤의 코코아`라는 제목을 단 단편이 등장하지 않는다. 열두 개의 단편은 각각의 주인공들이 보내는 각기 다른 `고독한 밤`의 기록들이고 그 밤의 이야기들은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코코아`의 향기를 품고 있다.

열두 단편의 이미지를 모아 외연을 확장한 이 책의 제목은 아마도 고독한 밤을 보내는 청춘의 그녀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독특한 유머와 해학, 연애와 현실의 거리에 대한 날선 통찰, 이야기가 끝나면 `모두 그렇구나` 하는 보너스 같은 안도감까지 선사하는 다나베의 소설은 극적이기보다 일상의 풍경처럼 잔잔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지만 이 책에 실린 `개양귀비 사랑`이나`봄을 알리는 새`같은 단편은 그 어떤 애달픈 사랑의 글보다 극적으로 소멸의 허무와, 성인의 사랑을 강렬하게 형상화한다. 이렇듯 소녀의 로맨티시즘과 성인의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다나베 세이코의 연애소설은 노련한 여가수가 관객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부르는 노랫가락과 같다. 이 가수는 때로 장난기 가득한 은밀한 가사로 듣는 이의 얼굴을 붉히게 하고, 절절한 멜로디로 가슴을 무너뜨렸다가 뜻밖의 제스처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경탄스러운 무대를 만들어나간다. 관객은 사랑을 노래하는 작지만 폭발적인 이 무대를 통해 세상의 관계를 되새김하고 다양한 조화로 가득찬 삶 속에 떠오르는 `연애`의 소소하지만 알짜의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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