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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강의 자갈

등록일 2013-12-03 02:01 게재일 2013-1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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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의 고분군

화장장에서 갓 구워낸

흰 치아, 흰 목, 흰 내장, 흰 다리, 흰 척추, 동그란 손등과 발등

간간이 물살에 씻기지만 그 때조차도 평상(平常)의 자세를 바꾸지 않는

저 슬몃 , 미소

성탄 전날, 오후 2시의 해는 따뜻한 남방(南方)

차가운 몸을 햇살의 창(窓)에 맡기고 이 세상 더는 부러울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도란도란 볕을 쬐네

죽음은 또 다른 몸으로의 이사

어떤 어린 뼈들은 홀연히 일어나서 새로운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맑은 명호강의 물 속에서 빛나는 자갈들을 표현하면서, 시인은 영원을 향하고 있어 보인다. 죽음이란 한낱 다른 몸으로 이사 가는 것쯤으로 여기며 시인은 불멸의 시간, 영원을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차가운 강물 속이지만 투영되는 햇살의 창에 몸을 맡기고 이 세상 어떤 것도 부러워하지 않고 도란도란 자기들의 한 생을 살아가는 저들에게서 생의 겸허한 교훈을 얻는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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