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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그림자에 가려진 사람들 이야기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12-06 02:01 게재일 2013-1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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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  박찬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316쪽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왕성한 창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작가 박찬순의 두번째 소설집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작가는 첫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으로 “신진 작가들이 자부하는 신선한 감수성에 더불어 젖어가면서도 자신이 살아온 근대화시대의 리얼리즘 세대가 지녀온 삶의 의미 추구에의 소망을 여전히 잘 간수하고 있는”(김병익) 작가라는 평을 들었고, 이 책에 수록된 단편 `립싱크`는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출간하는 잡지 `AZALEA`에 번역 수록되기도 했다. 이번 책에서는 이전 박찬순 소설의 특징으로도 주목됐던 다문화적인 코드와 더불어 문명의 그늘 속에서 비루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응원을 담은 소설들 아홉 편을 묶었다. 박찬순은 소위 `여성작가`로 규정되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오래도록 생활인이자 번역가로 활동해온 내공을 바탕으로 단단하고 당찬 문장을 구사한다.

박찬순의 소설은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문화적인 소재를 자기만의 의미로 내면화하고 그것을 삶의 한 깨달음으로 구체화한다. `나폴레옹의 삼각형`은 나뭇가지에 줄을 묶어 받쳐놓아 폭설에도 두텁게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도록 하는 일본의 유키즈리를 주요 소재로 하여 힘겨운 삶의 무게를 버티게 하는 자신의 유키즈리가 무엇인지 자문해보게 하고, `책 만드는 여자`는 아이오와의 옥수수밭을 배경으로 문학적 의지가 인간의 사회 경제적 삶과 빚는 갈등에 대한 고통을 짚어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살사Salsa`에 한 획만 더하면 `살자`가 된다는 `살사를 추는 밤`, 미국 키웨스트 사람들의 소라고둥에 대한 애착으로 치열하고 세련된 현대적 삶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소라고둥 공화국`도 한국의 독자들에게 낯선 배경과 함께 선명한 의미로 다가온다.

박찬순의 이번 소설집은 문명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을 조명하며 삶의 고단에도 불구하고 더욱 간절해지는 생의 의지와 확신이 형형히 드러난다. 표제작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는 드높아가는 마천루로 빼곡해진 도심 속에서 아파트 복도를 청소하고 고층 빌딩의 유리창을 닦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보여주는 생에 대한 절박한 의지는 가장 아름다운 곤충`무당벌레`의 날갯짓으로 형상화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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