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연말, 사회 각계각층에서 `유리천장`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말은 자격을 갖추었는 데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원래는 `여성들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애`란 의미로 사용하다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상황에까지 확대해 사용된다. 이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등장했고, 1986년 동일한 잡지에 실린 다른 기사를 통해 재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미국 정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The Federal Glass Ceiling Commission)를 만들기도 했다.
먼저 지난 29일 외환은행은 내년도 상반기 정기 임원 인사에서 첫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이 된 최동숙 영업지원본부 담당 전무(54·여)는 1979년 입행, 35년의 재직 기간에 24년을 영업점에서 근무했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외부 인사가 선임된 사례를 제외하면 외환은행 내부 출신으로 여성이 임원 자리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3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차기 기업은행장에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을 내정해 화제가 됐다.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은행은 검찰 및 경찰과 더불어 대표적인 보수 성향 조직으로 꼽혀 더욱 큰 화제가 됐다. 검찰에서는 지난 19일 조희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서울고검 차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창설 65년 만에 첫 여성 검사장 기록을 세웠고, 경찰에서는 지난 3일 이금형 경찰대학장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치안정감으로 승진,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발령받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유리천장을 깨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그리 녹록치 않다. 남녀차별이 덜 심한 미국에서도 중간관리자급의 여성은 많지만 임원급은 14%정도이고, CEO는 4%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은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뚫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5가지 비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큰 그림 보는 법을 배우라는 것. 중간관리자나 하위직급의 일은 실행이 대부분이지만 정상급은 결정하고 리드하는 것이 주 업무기때문에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 또 자기개발의 기회를 활짝 열고, 외부인들과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고, 독서, 블로그와 신문읽기 등을 통해 회사내부뿐 아니라 공동체의 폭넓은 관심사를 주시해야 한다. 둘째는 이니셔티브를 쥐라는 것이다. 당신이 책임지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며, 뒷자리에 앉아 누군가 설명해주길 기다리거나 질문받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셋째는 멘토와 후원자를 찾으라고 했다. 멘토는 자신이 깊은 지식이 없는 영역에서 당신을 코치해주는 사람을 말하고, 후원자는 의사결정의 테이블에 앉아 당신을 대신해서 당신을 옹호해줄 수 있는 시니어 레벨의 리더를 가리킨다. 사내에서 적어도 한명이라도 이런 리더를 확보하지 못하면 당신은 정상의 자리에 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넷째 기꺼이 모험을 감내해야 한단다. 누구나 안전지대에 머물기를 좋아하고,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좋은 기회를 회피한다. 그렇지만 실패의 두려움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정지수를 개발하라고 조언한다. 사다리를 높이 오르려면 사람들을 리드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한다. 무엇보다 윤리적이어야 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신뢰와 존경을 불어 넣어야 한다.
돌이켜보니 이런 비법은 여성 리더에게 필요한 유리천장 깨는 법이 아니라 계사년 한 해를 보내며 21세기 리더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성공지침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