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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왜 여자에게 선악과를 주었나?

등록일 2014-01-15 02:01 게재일 2014-01-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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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연인(戀人)간 주고받은 대화에 관한 이른바 `연애능력고사`가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다. 한 사례를 들어보면 `문제` 다음 중 여자가 돌려서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① 자기야, 오늘은 집에 안 데려다 줘도 돼 ② 그래? 피곤하면 그럼, 집에서 쉬어…. ③ 와, 오빠, 이집 피자 정말 맛있다. ④ 오빠, 이 목걸이 정말 이쁘다, 그치? ⑤ 아니야…. 나 화 안났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 독자들은 위 문제의 정답을 찾았는가? 남녀 화법에 있어서 큰 차이점은 직접성과 간접성에 있다. 여자는 대화할 때 직설적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여자는 은유법을 사용한다. 여자는 어릴 때 부터 대화할 때 빙빙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항상 대화 가운데 상대방 속내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부분 직설적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결코 내포된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남자가 여자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경 창세기에 에덴(Eden)동산 `선악과(善惡果)`이야기에 보면 신(神)이 남자를 창조한 후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과일을 자유롭게 따 먹도록 허락했으나 유독 `선악과` 열매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 라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신께서 남자에게 그런식으로 명령한 이유는 사장과 직원,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처럼 창조주인 신과 피조물인 인간을 명확히 구별 설정하기 위함이었다. 신의 명령에 대하여 남자는 한치의 궁금증과 의심도 품지 않고 아주 단순하게 신의 명령을 지켰다. 신의 명령에 함축된 속내를 파악한다? 남자에게 그러한 첨단 능력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결코.

남자는 자신보다 나중에 창조된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기 아내에게 신의 명령을 직설적으로 전했다. 하지만 신으로부터 직접 듣지 않고 자기 남편으로부터 신의 명령을 전해들은 여자는 여성 특유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남편의 속내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진다.“우리에게 모든 자유를 허락하신 신께서 유독 왜 저 `선악과`의 열매만 먹지 못하게 한 것일까? 내가 보니, 저 열매, 참 이쁘다. 저렇게 이쁘고 탐스런 열매를 정말 우리에게 먹지 못하게 하신 것이 사실일까? 에이... 아닐거야, 이 남자가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이다? 만일 저 열매를 먹으면 진정 우리가 죽는 것일까? 나 몰래, 자기만 먹는 것 아니야? 만일 나 몰래 혼자 먹는다면, 뭐야…. 죽지 않고 살아 있잖아? 그런데 저 예쁜 열매를 만지는 것도 안될까? 아, 만져보고 싶다” 여자의 이런 주관적이고 기가 막힌 상상력과 의심은, 뇌 구조가 단순한 남자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이다.

악마 사탄(Satan)은 여자를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간교한 뱀의 모양으로 여자에게 접근한 사탄이 여자에게 교묘한 질문을 던졌다. “신께서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열매를 `몽땅 다` 먹지 말라고 명령했나?” 당시, 자기 남편을 향한 깊은 의심속에 헤매고 있던 여자는 자신의 속내를 간파한 갑작스런 뱀의 일격에 당황하여 “아니다, 모든 열매가 아니라 `선악과` 열매 하나만 먹지 말라 하셨다고 들었고 음…. 또…. 만지지도 말고 혹시 먹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라고 들었다”라며 극히 주관적이며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사건의 결론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뱀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간 여자가 금단(禁斷)의 열매를 따먹고, 자기 남편에게도 열매를 줘서 먹게 한다. 아내로부터 선악과를 받은 남자는 아내가 건네는 열매에 대하여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단순하게 받아먹었다. 이때, 남자가 단 몇 초라도 고민과 의심을 했었더라면 좋았으련만 남자는 그것이 안되니 어찌하겠나? 혹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성 독자들, 제발 필자가 이 글을 쓴 속내를 알려고 하지 마시길. 한 남자의 단순한 생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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