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마스다 미리 지음 애니북스 펴냄, 148쪽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속에 등장하는 치에코 씨와 사쿠짱은 결혼 11년차 부부다.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치에코 씨와 집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사쿠짱은 아이 없이 둘이서 살아간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두 사람의 일상은 매우 평범하다. 함께 밥 먹고, 장 보고, 대화하고, 일을 한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줄 아는 사이좋은 보통 부부의 모습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모습은 “부부는 일심동체” 라는 말과는 어쩐지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이 부부의 생활 속에선 “부부는 함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매일 퇴근길에 역에서 만나 저녁 장을 보며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좋은 부부이지만, 새해 연휴를 쇠러 고향으로 떠날 때는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서로 가장 원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본가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겠다며 결혼 전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부부에겐 혼자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산책을 즐기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부부는 닮아간다”고들 하지만 치에코 씨와 사쿠짱은 서로 닮지도 않았다. 서로 성격과 습관은 물론 사소한 점 하나하나도 모두 다르다. 치에코 씨는 섬세하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표현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매 순간을 소중히 음미하고자 한다. 반면 사쿠짱은 사람과 어울리길 좋아하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치에코 씨처럼 순간에 의미를 두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이렇게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은 두 사람인지라 때로는 의견이나 감정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부부는 서로 간의 차이를 현명하게 맞추어나갈 줄 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일심동체”보다는 “교집합을 가진 합집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