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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장

등록일 2014-01-29 02:01 게재일 2014-0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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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

1899년 서울 당주동에서 태어나 보성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도요대학 철학과에서 아동문학과 아동심리학을 공부하였고 우리 말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아동문학 운동 단체인 색동회를 만들었으나 아쉽게도 33살 꽃다운 나이에 작고하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들 가운데 `없는 이의 행복`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괜찮은 회사에서 믿을 만한 직원 한 명이 필요하여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 각지에서 10여명의 사람들이 각각 유명한 유력 인사들의 추천장을 한 장씩 가지고 왔다. 추천장마다 `이 사람은 공부도 잘해서 우등으로 졸업했고 품행이 얌전해서 문제 없이 일을 잘 볼 사람인 것을 제가 보증하오니 꼭 뽑아주기를 바랍니다`는 강력한 추천의 글들이 씌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유명 인사의 추천장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모조리 돌려보내고 추천장 한 장 없이 빈 손으로 온 사람을 직원으로 뽑았다. 옆에 있던 이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니, 어찌하여 훌륭한 명사가 보증하는 사람을 안 뽑고 보증도 추천장 한 장도 없는 근본 모를 사람을 직원으로 뽑았소?”하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인사 담당자가 대답하길, “이 청년이 근본이 없고 추천장도 없다는 생각은 잘못 판단하신 겁니다. 이 청년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제일 훌륭한 추천장을 지니고 왔습니다. 첫째, 이 청년은 문에 들어서기 전에 구두의 흙을 털고 들어왔고, 들어와서는 돌아서서 문을 조용히 꼭 닫았으니 그것은 그가 주의성이 많고 차근차근한 성품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대기실에 들어와서 면접 순서를 기다릴 때에 마침 몸이 불편한 장애인 지원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내주었으니, 그의 마음씨가 착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에게 질문이 주어졌을 때 모자를 벗고 대답을 했으니 그것은 예절이 바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제가 미리 방바닥에 책을 한 권 떨어뜨려 뒀는데 이 청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보자마자 얼른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으며 이 청년의 옷을 보니 먼지가 묻지 아니하고 손톱이 길지 아니하니 그가 매우 정결한 사람이란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모두 나갈 때 복잡한 데 섞여 앞사람을 밀거나 하지 않고 뒤에 물러섰다가 천천히 나갔으니 그것은 그가 항상 덜렁대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추천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청년은 다른 유명인사의 몇 백장의 추천장 보다 더 나은 추천장을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를 뽑지 않고 누구를 뽑겠습니까?”라고 했다.

지난 27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에 적용할 대학총장 추천제 인원 배정을 두고 전국이 시끄럽다. 대학 총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은 서류전형 없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번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많은 추천권을 받은 대학들은 좋은 내색을 겉으로 하고 있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추천권을 받았거나 전혀 거론되지 못한 대학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이에 대한 삼성그룹의 해명은 이렇다. 이런 반발은 `대학총장의 추천제=곧 삼성 입사`라는 공식으로 잘못 인식하면서 일어난 오해란 것이다. 총장 추천제를 도입한 것은 서류전형만으로는 뽑을 수 없는 지역의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한 삼성그룹의 노력의 일환이란 것이다. 이른바 스펙보다는 희생정신, 리더십 등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 이번 채용제도의 목적이라고 한다.

자본주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공기업이 아닌, 한 사기업의 채용방식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이는 삼성그룹의 전적인 자유이다. 삼성그룹 밖에 있는 사람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러한 비판적 국민정서를 앞으로 잘 살필 필요도 있다. 우리 국민들에겐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묘한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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